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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이준석과 손수조

중앙일보 2012.03.07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신용호
정치부문 차장
손수조는 선거일기를 쓴다. 블로그가 일기장이다. 거기엔 ‘바빠서 전화 응답을 다 못해 죄송하다’ ‘선거는 전쟁이라 살이 쏙쏙 빠진다’는 등의 소소한 얘기가 담겨 있다. 현장에 가 보고 느낀 걸 보고서처럼 쓰기도 한다. 눈에 띄는 건 ‘선거 가계부’다.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 중인 그는 3일 사진값으로 3만원을 썼단다. 일기 사이사이 사진도 있다. 5일 올려져 있는 ‘집에 와 보니 불 켜놓고 잠드신 아빠·엄마’ 사진은 찡하다.



 이준석은 손수조의 멘토다. 두 사람은 지난달 초 숙명여대 앞에서 밤늦게 만났다. 손수조가 야학을 마친 이준석을 찾아갔다. 둘은 스물일곱 동갑내기다. 정치권을 먼저 경험한 이준석이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면서 멘토 역할이 시작됐다. 지난 3일에도 문자를 주고받았다. 당시 부산 사상 공천에서 설동근 전 교과부 차관이 부상해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답답했던 손수조가 ‘하소연’을 하자 이준석은 “어떤 결과든 담담해야 한다”고 했다. 손수조도 “그리 하겠다” 했다. 하지만 결과가 좋았다. 이 소식을 들은 이준석은 “사상으로 지원 유세라도 가겠다”며 반겼다.



 손수조가 다부지다면 이준석은 당돌하다. 그는 아버지뻘인 김문수 경기지사와 트위터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존경한다’는 자신의 발언을 두고 티격태격했고, 이모뻘인 전여옥 의원과는 서로 ‘들러리’ ‘변절자’라며 독설도 주고받았다.



 50~60대가 아니면 명함을 못 내밀던 보수 정당에서 20대 비상대책위원(이준석)이 나오더니 사상에선 20대 여성 정치 신인(손수조)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과 맞붙는 일이 벌어졌다. 해서 당내에선 “요즘 이준석에 이어 손수조가 대세”란 말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비대위가 출범할 즈음 새누리당은 처참했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 직후라 거의 쑥대밭이었다. 이어 ‘디도스 공격 사건’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까지. 민심으로부터 특히 2040 세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때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꺼내든 카드가 이준석이었다. 그가 한동안 뉴스의 중심에 섰다. 이젠 그 자리를 주례여고 총학생회장 출신의 손수조가 대신한다. 선거판에서 화제를 모아가는 것만으로도 당으로선 반길 일이다. 늙어 보이고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강했던 한나라당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둘의 등장은 권위적이고 관료적이었던 당의 체질을 개선하려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 현상이 일회성 바람으로 그친다면 새누리당엔 희망이 없다. 물론 이 바람 하나로 새누리당이 잃어버린 민심을 모두 되찾을 순 없다. 엄격히 보면 이미지 정치를 한다는 비판의 소지도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젊은이에게도 활동 여지를 주는 게 선거용이 아니라 정말 젊은이들에게 다가서려는 진정성의 하나임을 보여줘야 한다. ‘이준석·손수조 카드’가 총선만을 위한 꼼수라면 유권자들은 금방 알아차릴 거다. ‘이준석·손수조’를 새누리당이 급히 한 부분만 예쁘게 보이려고 맞는 ‘보톡스’가 안 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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