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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교육원 경찰악대 38명 재능기부

중앙일보 2012.03.06 04:30 1면 지면보기
아산 소재 경찰교육원(원장 치안감 김학배) 경찰악대 대원들이 지난 12일부터 인근 복지시설인 환희애육원 원생들에게 ‘음악재능나눔’ 봉사를 펼치고 있어 화제다.


시설 아동 찾은 제복의 수호천사
음악지도로 꿈 지키고 마음 치유

국내외 우수한 음악대학 출신자들로 구성된 경찰악대는 바이올린·비올라·플루트·기타·건반·드럼·보컬 등을 직접 지도하며 음악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시설아동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를 직접 다루게 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용기를 주겠다는 의미다.



김희연 환희애육원장은 “아이들이 평소 신기하게만 봐 왔던 악기를 직접배우면서 환경에서 비롯된 열등감과 자신감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번 나눔은 환희 애육원 아동들에게 큰 변화를 만들어 줄 것” 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찰교육원 경찰악대 김정태(29·오른쪽)상경이 27일 교육원 2층 교육실에서 환희 애육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클라리넷 지도를 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가수·유학생 출신들 아낌없이 실력 전수



‘음악 재능나눔’ 증서 전달식이 열렸던 27일 오후 2시. 경찰교육원 2층 교육실 문틈 사이로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잔잔한 연주소리가 흘러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경찰악대 대원들이 각기 자신의 전공 악기로 원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경찰제복을 입고 친절하게 음악을 가르쳐주는 경찰들의 모습에 아이들은 환한 미소로 화답하며 악기를 다루는데 열중했다.



“혜미(가명)야, 클라리넷을 불려면 입모양을 ‘o’자로 만들고 숨을 깊게 내쉬어야 돼. 처음에는 힘들지만 계속 하다 보면 익숙해질꺼야.”



클라리넷 연주 경력 12년차 김정태(29)상경. 김 상경은 지난해 5월까지 정태라는 이름으로 3년간 가수로 활동하다 이듬해 9월 경찰악대에 자원 입대했다.



“처음엔 휴일에 애육원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아깝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재미도 느꼈고 뿌듯하기도 했죠. 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느꼈죠.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주면서 저 역시 아이들에게 배우고 있는 거 같아요.” 전역 후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클라리넷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가수’를 꿈꾼다는 김 상경은 “앞으로 가수를 꿈꾸는 아이들에게는 보컬 트레이닝도 시켜줄 것”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플루트를 전공하고 있는 이준목(28)이경은 프랑스에서 9년간 유학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11월 다소 늦은 나이에 입대했다.



“군대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또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음악’이란 선물을 줘서 좋구요. 프랑스 유학생활 동안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낀적이 많았는데 아이들에게 제가 가족이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전역 후에도 저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계속 재능기부를 하고 싶어요.” 강 이경은 아이들에게 음악재능기부를 하는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경찰악대 대원 38명은 휴일마다 환희애육원을 찾아 아이들에게 음악 봉사를 할 예정이다. [조영회 기자]


꿈 이야기 많이 나눠 포기하지 않게 응원



“바쁜 와중에도 음악을 가르쳐주는 아저씨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아저씨들로 인해 제 꿈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우현주(14·가명)양의 꿈은 싱어송 라이터다. 평소 음악을 좋아했지만 배울 곳이 없어 안타까워했던 우양은 경찰악대의 재능기부를 통해 플루트를 배우며 자신의 꿈에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다. “아저씨들하고 음악만 얘기하는게 아니라 제 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제가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해준다는 말에 힘이 납니다.” 싱어송 라이터가 되면 자신도 다른 아이들에게 재능 기부를 하고 싶다는 우양은 “내가 도움을 받은 만큼 어른이 되면 남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양과 함께 플루트를 배우고 있는 이승민(15· 가명)군. 이군은 플루트를 배운지 얼마 안됐지만 기본적인 연주를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 경찰악대 대원들도 이군의 연주 솜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하지만 이군의 꿈은 음악가가 아닌 ‘경찰’이다.



“플루트를 교회에서 몇 번 배운 적은 있었어요. 경찰 아저씨들 도움으로 앞으로도 플루트를 계속 배울 수 있어서 기뻐요. 저도 나중에 커서 멋진 경찰이 돼 경찰악대에서 근무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군은 자신감이 찬 얼굴로 앞으로의 꿈을 이렇게 얘기했다.



경찰악대 38명의 대원들은 앞으로 매주 일요일을 비롯한 공휴일에 환희애육원을 찾아 음악 재능기부를 펼칠 계획이다.





[인터뷰] 김학배 경찰교육원장

“지속적인 음악봉사로 재능 사회에 환원”




“음악 재능기부가 애육원생들에게 용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음악봉사를 통해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싶습니다.”



김학배 치안감(사진)은 환희애육원에 재능기부를 하는 소감을 이렇게 얘기했다. 경북대학교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합격한 김학배 원장은 1998년 3월 경북청 칠곡경찰서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경찰청 법무담당관, 경찰청 보안국장, 대전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11월 11일 경찰교육원장으로 취임했다. 다음은 김 원장의 일문일답.



-음악 재능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연말에 대원들을 데리고 애육원에서 공연을 펼친 적이 있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마련했다. 지속적으로 아이들에게 음악으로 희망을 주고 싶었는데 때마침 애육원장이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쳐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바로 받아들였다. 앞으로 아이들에게 음악으로 희망과 꿈을 선물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악에 관한 관심이 원래 있었나.



“서울에서 근무할 당시 뮤지컬배우 조승우가 우리 부대에서 의무경찰로 근무했다. 서민들에게 위문 공연을 하고 행사를 펼치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음악으로 관객들과 경찰들이 하나되는 모습이 특히 보기 좋았다. 현재 교육원에도 음악에 열정이 갖고 있는 대원들이 상당히 많다. 그들의 음악적 재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기회가 돼 기쁘게 생각한다.”



-아산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예전에 잠시 들른 적은 있지만 근무를 하긴 처음이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여서 좋다. 주변에는 산이 많아 공기도 좋다. 온천이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전국적인 유명 관광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경찰교육원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계획은.



“용모부터 모습 하나하나가 솔선수범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주길 바란다. 특히 자율 속에서는 그에 대한 책임이 뒤따르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모두 건강관리에도 관심을 갖고 행복하게 생활하길 바란다. 더불어 경찰악대의 재능기부뿐 아니라 지역에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주민들을 도와줄 수 있는 원생들이 됐으면 좋겠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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