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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코드로 FTA 온건파 솎아냈나

중앙일보 2012.03.06 00:41 종합 6면 지면보기
민주통합당 호남권 공천심사 결과가 발표된 5일 공천을 받지 못한 조영택·최인기·강봉균 의원(왼쪽부터)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설(說)만 무성했던 민주통합당의 ‘호남 물갈이’가 시작됐다. 5일 마무리된 광주와 전·남북 30개 선거구(전남 담양-곡성-구례 제외)에 대한 공천 결과 현역의원 6명이 공천을 받지 못했고, 12명은 경선을 치르게 됐다.


민주당 호남 현역 6명 낙천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박상천·장세환)과 수도권 출마를 준비 중인 의원(정세균·정동영·김효석·유선호), 불법 선거인단 모집 의혹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박주선 의원까지 더하면 모두 13명이 교체된 셈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 28명을 기준으로 하면 46.4%의 호남의원 교체율이 달성된 셈이다. 18대 총선(46.7%)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교체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호남권 23개 경선지역 중 현역의원이 정치신인 등과 경선을 치러야 하는 곳이 12곳이다. 경선 결과에 따라 추가 탈락자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사상 최대의 물갈이 폭을 보였던 17대 총선(65.5%)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탈락자 6명(김영진·강봉균·최인기·김재균·신건·조영택 의원) 중 김영진·김재균 의원을 빼고 4명은 모두 ‘관료’ 출신이다. 당내에선 이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쟁점 현안에서 중도·온건 성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살생부’에 들 거란 전망이 많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퇴출 요구가 적잖았다.



 이런 짐작이 맞아떨어지자 당사자들의 반발 강도는 거셌다. 최인기·강봉균·조영택 의원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결국 ‘정체성’ 기준을 핑계로 당론에 고분고분하지 않던 우리를 내친 것”이라며 “각료 출신들을 다 죽이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발표 수일 전부터 일부 언론에 자신들의 이름이 거론됐던 것을 거론하며 “노무현계 패거리가 호남 민주계를 학살하려고 작정한 것”이라고 발끈했다. 김재균 의원도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경 총선기획단장과 임종석·우상호 전 의원 등 486그룹이 결탁한 결과”라고 발끈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호남권 선거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8년 총선 때도 강운태 광주시장과 박지원 최고위원, 김영록·이윤석 의원이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한 전례가 있다.



 지도부는 엄정한 평가를 내렸다는 입장이다. 신경민 대변인은 “정체성 평가 때문에 떨어진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평가 점수가 높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동료 의원들이 내리는 다면평가 및 의정활동 평가가 높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2008년 총선 때 부정·비리 전력자 공천 배제 방침에 따라 낙천돼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했던 박지원 최고위원은 주승용 의원과 함께 단수공천자로 확정됐다. 박 최고위원은 정세균·정동영 의원이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겼고, 박주선 의원이 광주 동구 사건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호남 대표 정치인 자리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양원보·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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