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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를 남다르게 생각하는 학생이 있다. 천안 쌍용고등학교 김지혜(18)양

중앙일보 2012.03.06 00:26 4면 지면보기
김지혜양은 갑작스런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암 진단까지 받는 시련을 극복하고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조영회 기자]




새학기를 남다르게 생각하는 학생이 있다. 천안 쌍용고등학교 김지혜(18)양. 다른 친구들은 모두 3학년이 됐지만 지혜양은 2학년으로 복학한다. 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지혜양은 다시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새내기 학생처럼 들떠있다. 평범한 여고생 지혜양은 지난 1년 동안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어려움을 폭풍처럼 겪었다. 그러나 지혜양은 언제나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 8개월 만에 암 진단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지혜양은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부모님과 오빠, 지혜양, 이렇게 4식구가 단란하게 살아왔다. ‘쌈디’와 ‘동방신기’를 좋아하고 가끔은 오빠와 다투기도 하던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쌍용고 장학생으로 입학이 결정된 2010년 2월 말. 갑작스런 사고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은 지혜양을 힘들게 했다. 가슴이 먹먹하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세상을 원망하며 슬픔에 빠져 지냈다. 그러나 방황하는 모습을 아버지가 좋아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열심히 살자. 내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다짐한 뒤 열심히 공부했다.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용돈도 스스로 벌어 썼다.



 그런데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 어느 날부터 다리에 통증을 느끼더니 아파서 걷기 불편할 정도가 됐다. 처음엔 “조금 무리를 해서 다리가 아픈 것이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점점 통증이 심해져 동네병원을 찾았다.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듣고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의 진찰 결과는 또 다른 시련의 시작이었다.



 담당의사는 “무릎연골에 종양이 생겼다”며 병의 진행 정도와 치료계획을 이야기했지만 아무 말도 귀에 오지 않았다. 아버지를 잃은 지 8개월 만에 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나.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었어요.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죠.” 하지만 지혜양은 “수술하고 치료를 잘 받으면 나을 수 있다”는 담당 의사의 말에 힘을 내기로 했다.



 성취 열정 더 커지고 세상 보는 눈 달라져



지혜양은 종양제거 수술과 방사선 치료 때문에 서울병원에서 생활하다가 2011년 8월에 천안으로 내려왔다. 당시만 해도 방사선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체력이 떨어져 병색이 만연해있었다. 복학을 한 지금은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 수술에 대해 조잘조잘 떠들 만큼 건강해졌다. 용돈벌이 아르바이트도 다시 시작했다. 빠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 아직은 가발을 써야 하지만 밝은 미소를 되찾았다. “아프기 전보다 꿈이 더 확고해지고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더 생겼다”는 지혜양은 아르바이트 하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지혜양의 꿈은 역사 선생님이다. 지식만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 학생들과 같이 어울리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세상을 보는 눈이 친구들과는 좀 다르게 느껴져요. 세상이 더 아름답고 시간이 소중하게 생각되고요” 지혜양이 암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밝은 심성과 긍정적인 사고 때문이다.



글=조명옥 객원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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