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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눈물 흘리며 “정부 전복 세력 설 땅 없다” 했지만 …

중앙일보 2012.03.06 00:20 종합 12면 지면보기
러시아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4일(현지시간) 밤 대선 중간개표 결과가 나온 뒤 수도 모스크바 마네지나야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대선 승리를 선포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야권과 독립 선거감시단은 이번 대선에서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사례1=4일 모스크바 시내 2079 투표소.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부인 루드밀라와 투표를 마치고 나간 뒤 소동이 벌어졌다. 젊은 여성 세 명이 뛰어들어가 상의를 벗어던지고는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투표함으로 달려갔다. 경찰에 끌려나갔지만 웹으로 중계된 이 장면은 대선 관련 인터넷 접속자 수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일간지 이즈베스티야에 따르면 1위에는 카메라 밑에서 버젓이 부정행위를 한 다게스탄의 1402 투표소가 올랐다. 투표는 완전 무효가 됐다.

푸틴 3기 러시아 (상)돌아온, 그러나 약해진 차르
60% 이상 득표 재집권 성공



 사례2=선거 직후인 4일 저녁 모스크바 시내 루반카 광장에 100여 명의 반푸틴파가 모였다. 크렘린 옆 마네지나야 광장에 모여 승리를 선언한 푸틴 총리에 감격한 10만 인파에 비하면 한 줌도 안 됐지만 중요한 것은 모였다는 점이다. 반대파는 5일 저녁 푸시킨 광장에 집결했다.



 사례3=지난 2월 초. 푸틴 총리가 언론사의 국장들을 만났다. 그중엔 국영 에너지회사 가즈프롬 소유지만 푸틴에 날을 세우는 라디오 방송인 ‘에호(메아리)모스크바’의 국장도 있었다. 푸틴은 “당신은 매일 내 얼굴에 설사를 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폐쇄는 못 했다.



 ‘감시와 반대’. 4일 대선에서 63.7% 득표율로 세 번째 차르(황제)에 등극을 하는 푸틴의 새 정치 환경이다. 그래서 푸틴은 “우리는 깨끗한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짧게 축하 인사를 할 때 이미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던 그는 “위대한 러시아를 지지한 사람들에게 감사한다”며 “나는 승리를 여러분에게 약속했고 우린 승리했다”고 했다. 또 “국민은 러시아 정부를 전복하려는 정치적 선동에 넘어가지 않고 현명한 선택을 했다. 그런 것(선동)은 이 땅에 설 자리가 없다”고 반대 세력을 겨눴다.



 그러나 그의 앞에 놓인 길은 2000년과 2004년의 대선 때와는 다르다. 이번 득표율이 2004년 때의 72%에서 8%포인트 떨어졌지만 의미는 적잖다. 언론들은 바뀐 새 양상으로 인터넷 감시를 꼽는다. ‘이즈베스티야’ ‘코메르산트 데일리’ ‘엘베카’ 같은 주요 신문들은 ‘웹 카메라가 선거의 새 장을 열었다’고 썼다. 한 정치 관측통은 “이 경험이 향후 정치과정에서 투명성 강화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다른 특징은 강한 반대 세력의 재확인이다. 당장 부정 선거 규탄이 시작됐다. 시민단체 ‘골로스’ 같은 단체는 투표 동원을 비롯한 2500건의 불법 사례를 주장한다. ‘무시할 수 없는 끝없는 반대’는 푸틴에겐 생소하다. 정치연구소의 알렉세이 마카틴 부소장은 “휴가가 시작될 여름까지 야당은 공세를 펼 것”이라며 “가을엔 새 정당이 등장하고 하원 재선거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정치 소식통은 “푸틴의 시달림은 선거 전부터 예측됐던 것”이라고 했다.



  메드베데프 총리 임명 문제에 대해 푸틴은 선거 직후 외국 언론사 편집국장들에게 이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동의 여부는 국민에게 맡긴다”고 여운을 남겼다. 일각에선 메드베데프를 잠깐 총리로 앉힌 다음 부총리 겸 재무장관인 알렉세이 쿠드린을 총리로 임명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모스크바=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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