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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펑 띄우다 역풍 맞은 중국

중앙일보 2012.03.06 00:15 종합 14면 지면보기
“레이펑(雷鋒·1940~62·사진)의 자기 희생정신을 진짜 배워야 할 사람은 인민이 아니라 부정부패에 물든 간부들이다.”


“부패한 간부들이나 배워라”
젊은 층서 노골적 불만 확산
당국 비웃는 인터넷 댓글 봇물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 신랑왕(新浪網)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랐다가 당국에 의해 삭제된 글이다. 중국 당국이 도덕성 회복을 내세워 인민해방군 모범 전사의 상징 인물로 통하는 레이펑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역풍도 만만찮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IHT)이 5일 보도했다.



 IHT에 따르면 레이펑을 배우자는 중국 당국의 선전 활동을 비웃 듯 네티즌들이 트위터와 인터넷 사이트 댓글 등을 통해 상당한 거부감을 토해내고 있다. 예컨대 식품과 환경 안전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고급 관용 아우디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시민들에게 근검절약을 설교하는 간부들에 대한 비난이 적지 않다고 한다.



 아이디가 ‘notebook’인 한 블로거는 “간부인 당신의 아이는 해외에 유학을 보내고 나에겐 중국에서 레이펑을 배우라고 한다. 유독 물질이 든 우유를 마셔 나는 암에 걸렸는데 간부인 당신은 레이펑을 배우라 한다”며 간부들을 풍자했다. 부유층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유명한 부동산 개발업자인 런즈창(任志强)은 “모든 시민을 나사처럼 만들기 위한 벌거벗은 선전 도구가 레이펑”이라며 “그렇게 하면 민주주의도 인권도, 자유도 필요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전직 당원 출신의 언론인 다이칭은 IHT 인터뷰에서 “노인과 어린이를 돕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인데 중국에서는 당국이 나서서 인민들에게 (도덕을) 가르치려 드는 바람에 감정이 상한다”고 주장했다. 레이펑의 선행이 훌륭하긴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따라하기엔 너무 완벽한 인간형이라서 부담스럽다는 솔직한 반응도 있다.



 앞서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올해 레이펑 사망 50주년을 맞아 레이펑 선전 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후난(湖南)성 왕청(望城)현 출신의 평범한 인민해방군 병사였던 레이펑은 62년 8월 15일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에서 사고로 숨졌다. ‘녹슬지 않는 못이 되어 조국을 위해 봉사하겠다. 조국의 번영 없이 개인의 행복은 없다’는 내용의 일기장이 공개되면서 유명해졌다. 특히 63년 3월 5일 마오쩌둥(毛澤東) 당시 중국공산당 주석이 “레이펑 동지를 배우자”고 선언하면서 대대적인 학습 열풍이 불었다. 이후 3월 5일은 ‘레이펑 학습 기념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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