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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정치적 의견, 일본선 용인 안 돼

중앙일보 2012.03.06 00:01 종합 22면 지면보기
오무라 아쓰시(大村敦志·54) 도쿄(東京)대 법대 교수는 일본 민법 분야의 석학이다. 27세 때 도쿄대 법대 교수로 임용됐고 2010년부터 1년간 이 대학 로스쿨 학장을 지냈다.


일 민법 분야 석학 오무라 아쓰시 도쿄대 교수

오무라 교수는 지난해 연구년을 맞아 한국 로스쿨을 찾았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동안 서울대와 성균관대 로스쿨에서 일본 민법론을 강의하면서 아시아 민법 개정 동향 등을 연구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5년 앞선 2004년 로스쿨제도를 시행한 뒤 지금까지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그에게 법관의 표현 자유와 한·일 로스쿨 등에 대해 물었다. 그는 “사법부는 사회의 변화를 수용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사회적 룰을 만드는 곳”이라며 “일본에선 판사들이 정치적 의견 표명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금기시되고 있다는 거였다.



서울대 법대 교수를 지낸 양창수 대법관과 20여 년 학문적 동지라고 소개한 그와의 인터뷰는 출국(지난달 18일) 전 성균관대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교수께서 한국에 막 입국했을 때 영화 ‘도가니’가 상영 중이었고 이어 ‘부러진 화살’도 개봉됐다. 당시 한국의 사법부가 분란에 휩싸이고 국민 불신도 컸다. 어떻게 보나.



 “‘도가니’가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해서 직접 봤다. 영화에서 사법부가 굉장히 비판받고 있더라. 이래도 되나 싶었다. 사회는 계속 변한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 지는 법원이 결정한다. 일본에선 1970년대 ‘4대 공해 소송’에서 최대한 약자를 보호하는 판결들이 나왔다. 이처럼 법원이 일반 대중을 위해 노력했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 또 사법부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룰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공정성이 필수다.”



-일본에서도 판사 재임용제도가 있나.



 “있다. 1970년대 일본 내에서 좌익운동이 활발할 때 법조계에서도 정치적 성향 문제로 재임용이 안 된 적 있었다. 당시 재임 거절이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해서 다퉜다. 하지만 최근엔 판사가 정치적 발언을 하는 건 거의 없고, 사회 분위기도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대학에서 학생운동이 없어진 것과 비슷하다.”



-한·일 사회에서 판검사 등 법조인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면.



 “법조인들을 부러워하면서도 비판한다. 판검사 그만두고 변호사 개업해서 돈 버는 걸 많이 봐서 그런 것 같다. 일본은 거의 평검사, 평판사로 퇴직한다. 중간에 그만두면 신문에 날 일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판검사 월급이 상당히 높아지면 바뀌지 않을까 싶다.”



-일본 로스쿨이 실패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2004년 제도 시행 때 매년 로스쿨생 3000명 배출을 약속했지만 현재 200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취업난이 심각하다. 초기에 비해 갈수록 비법대 출신자의 합격률도 저조하다. 또 일본 내 74개 로스쿨 간의 격차가 크다. 로스쿨 수 축소, 통폐합 등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국 로스쿨생은 국제법 공부를 많이 하는 반면 일본은 실정법 중심으로 교육한다.”



-로스쿨생 실업 대책은.



 “일본 도쿄대 법대와 로스쿨생은 졸업 후 정부 관료, 판검사 순으로 진출했으나 요즘엔 대형 로펌을 선호한다. 은행 등으로 진출 직역을 확대해야 한다.” 글=조강수·최종혁 기자





◆오무라 교수=▶1958년 지바현 출생 ▶82년 도쿄대 법학부 졸업 ▶85년 도쿄대 법학부 교수(27세)▶2010~11년 도쿄대 로스쿨 학장 ▶민법 전공. 계약법, 소비자법, 가족법 중심연구 ▶한·중·일 중심 동아시아 민법학 연구 ▶저서 『한일 비교민법 서설』(권철 성대 법대 교수와 공저), 『소비자·가족법』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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