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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조계종 재단까지 퍼진 김 추기경 사랑

중앙일보 2012.03.06 00:00 종합 27면 지면보기
신준봉
문화부문 기자
몽골에서 극빈층을 위한 지역공부방을 운영하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2만4814 달러(약 2700만원), 만성 질환을 앓는 농촌 노인을 돕는 전남의 여민동락노인복지센터 1994만원,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인천의 까리따스이주민문화센터 700만원, 저소득 가정 아이들을 돌보는 경남의 해바라기지역아동센터 365만2000원….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이사장 염수정 주교)이 최근 밝힌 올해 후원 내역의 일부다.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부류와 지역이 다채롭다. 전체 내역을 살펴보면 바보의 나눔의 지원을 받는 단체는 거의 전국에 걸쳐 골고루 퍼져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단체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다. 바보의 나눔은 2009년 선종(善終·타계)한 가톨릭의 큰 어른, 김수환(1922년생) 추기경의 유지(遺志)를 받들기 위해 만들어진 모금 전문 기관이다. 가톨릭 계통의 모금 기관이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나 이웃 종교를 돕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재단의 이런 활동은 역시 김수환 추기경이 평생 모범을 보인 타인을 향한 큰 사랑 때문이다. 그의 사목 표어는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였다. 김 추기경은 민주화 운동의 든든한 후원자였고, 헐벗고 가난한 이들의 다정한 친구였다. 재단 사무국장 이동원 신부는 “그런 김 추기경의 모습을 이어가기 위해 종교나 지역의 장벽을 뛰어넘어 나눔을 실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재단은 모두 43억원을 모금했다. 그 중 92%인 39억8000만원을 올해 국내외 기관·단체에 나눠준다. 지난해 모금 액수는 재단이 만들어진 2010년 8억9000만원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런 모금액 증가는 지난해 중반 기획재정부가 재단을 법정 기부금 단체로 지정한 영향도 있다. 개인은 기부액의 100%, 기업은 50%에 대해 세제 혜택을 받게 된 게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김 추기경은 2007년 모교인 동성고 개교 100주년 기념전시회를 위해 자화상을 그리고는 그림 아래쪽에 ‘바보야’라고 썼었다. 왜 그랬느냐고 묻자 “(내가) 바보 같지 않나요”라고 되물었다. 재단의 이름은 여기서 따온 것이다. 바보처럼 묵묵히 주변을 보살폈던 김 추기경의 이웃 사랑이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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