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0m 한지에 2500자 빼곡…다섯 번째 올린 숭례문 상량문

중앙일보 2012.03.06 00:00 종합 27면 지면보기
5일 오후 서울 숭례문 복구 현장에서 서예가 소헌 정도준씨가 상량묵서(上樑墨書) 휘호를 마치고 상량문을 공개하고 있다. 정씨는 이날 문루(門樓) 지붕 꼭대기에 올라갈 소나무에 ‘서기 2012년 3월 8일 복구 상량’이라고 한자로 썼다. [뉴시스]
‘西紀二千十二年三月八日復舊上樑(서기 2012년 3월 8일 복구 상량)’.


기존 상량문과 함께 봉인
뜬창방 홈에 ‘타임캡슐’로

 한복을 차려 입은 서예가 소헌(紹軒) 정도준(64) 씨가 단정한 해서(楷書)로 써 내려갔다. 5일 오후 서울 숭례문 복구현장, 바닥에 누운 소나무 기둥에 걸터앉아서다. 8일 상량식에 올라갈 뜬창방에 먹글씨를 휘호(揮毫)하는 행사였다. 상량식이란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고 마룻대를 올리는 의식, 뜬창방은 기둥이 쓰러지지 않도록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널찍한 받침 재료다.



 정씨는 이날 휘호를 마치고 새로 쓴 숭례문 상량문(上樑文)도 공개했다. 10m 길이 한지에 2500여 자의 한글을 정자체로 적었다. 제목 ‘숭례문 복구 상량문’은 훈민정음 반포 당시 서체인 판본체로 썼다. 숭례문을 복원하게 된 경위와 내역, 관계자 명단 및 축원 등을 담았다. 건국대 성태용 교수가 짓고 소설가 김훈씨가 감수했다.



 이미 경복궁·덕수궁 등 궁궐 복원 때마다 필요한 글을 써 왔던 정씨는 숭례문 상량문에 대한 특별한 소감을 밝혔다. “기존 복원은 일제에 의해 말살된 민족정신을 복원한다는 의미가 컸지만 이번 복원은 우리 시대의 부주의에 의해 생긴 일이기에 작업 과정 내내 마음이 아팠다”며 “숭례문이 제 몸을 불태움으로써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번 상량문은 다섯 번째다. 조선 태조 때 창건에 이어 세조·성종 때, 1962년의 공사 때 각각 썼다. 당시의 글귀는 양진니·권창륜 씨 등 네 명의 서예가가 각각 나눠 썼다. 새 상량문은 기존 상량문들과 함께 함에 넣어져 봉인된 뒤 뜬창방에 파둔 홈 속에 들어간다. 숭례문 복원에 대한 일종의 타임캡슐인 셈이다. 8일 오후 3시 진행되는 상량식에서다. 문화재청은 올 연말까지 숭례문 복구 공사를 완료할 방침이다. 국보 1호 숭례문은 2008년 2월 한 노인의 방화로 소실됐었다.



강나현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