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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감독 김기태, 신고식도 못했는데 …

중앙일보 2012.03.06 00:00 종합 28면 지면보기
김기태
이렇게 불행한 초보 감독이 또 있었을까.


주전 떠나고 선발들 경기조작 연루
공식 데뷔전 치르기도 전에 속앓이

 김기태(43) LG 감독은 요즘 할 말을 잃었다. “난 아무렇지 않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어보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간 지 오래다.



 LG 선수단은 투수 김성현(23)이 지난 1일 프로야구 경기 조작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지난해 13승을 거둔 투수 박현준(26)도 2일 경기 조작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시인하면서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예정대로 평가전을 치르고 있지만 무거운 공기가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기태 감독만큼 공식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사령탑은 없었을 것 같다. 사실 이번 사건이 터지지 않았어도 김 감독 앞엔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었다. 10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숙제로 받아 든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 부임하자마자 주축 선수 세 명을 잃었다. 프리에이전트(FA) 포수 조인성과 투수 송신영, 외야수 이택근이 모두 팀을 떠났다. LG는 지난 시즌 공동 6위에 그쳤다. 전력이 보강돼도 시원찮을 판인데 김 감독은 세 선수의 공백을 메우는 데 머리를 싸매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김 감독은 “남은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선수 영입을 하지 않는 대신 내부 경쟁을 붙여 내실을 다지는 데 힘썼다. 김 감독이 내세운 ‘자율과 책임’의 원칙이 자리잡으면서 선수단 사이에선 ‘할 수 있다’는 기류가 넘쳐 흘렀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경기 조작 사건이 사실로 드러났다. 박현준은 토종 에이스로 올 시즌 기대가 컸다. 지난해 4승을 거둔 김성현은 4~5선발 후보다. 당장 선발투수 2명이 사라져 포스트시즌 진출 꿈이 흐릿해졌다. 여기에 LG 선수단이 짊어져야 할 경기 외적인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이런 위기 속에서 김 감독은 선수들을 잘 다독이며 무리 없이 팀을 이끌고 있다. 선수들이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말도 삼간다. 김 감독은 붙임성이 좋고 화통하다. 누구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테지만 팀을 위해 참고 또 참고 있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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