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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톱스타 부부의 선한 용기

중앙일보 2012.03.06 00:00 종합 32면 지면보기
이원진
정치부문 기자
배우 차인표씨는 몇 년 전 중국에서 무협영화를 촬영한 적이 있다. 중국TV에 방영된 드라마도 몇 편 찍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국 무대에서 활약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4일 중국과 세계를 향해 탈북자 북송 반대를 외친 콘서트 ‘크라이 윗 어스(cry with us:영화 ‘크로싱’의 주제가)’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는 탈북자 북송을 막아야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21일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호소문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탈북자를 돕겠다고 나선 차씨의 권유로 이날 공연에 함께한 연예인들은 49명. 당초 예상했던 30명을 훌쩍 넘는 연예인들이 대거 동참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과 외교 갈등이 불거질 때면 중국 입장에 서지 않은 한국인들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고는 했다. 탈북자 북송을 반대하며 단식 투쟁에 돌입했던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도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 그런 측면에서 ‘탈북자 콘서트’는 한류를 타고자 하는 연예인들로선 여간 부담되는 행사가 아니다. 중국 시장의 엄청난 규모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들이 소속된 기획사는 당연히 반대했다.



 그러나 이날 연예인들은 만류를 뿌리치고 나왔다. 2000만원의 대관료 등 비용을 대부분 부담한 차씨는 5일 통화에서 “인류의 선한 마음을 일깨울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함께 울 것”이라고 말했다. 4일 공연장에서 차인표씨를 처음 만난 ‘크로싱’의 실제 주인공 유상준(49)씨는 눈시울이 빨개지며 “탈북자들이 이렇게 이해를 받은 적이 없었다”며 벅차 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차씨는 부인 신애라씨의 권유로 탈북자 영화 ‘크로싱’에 출연했다. 신씨는 당시 “흥행 여부보다 올바른 일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두 아이를 입양한 이 부부의 선행은 오래된 얘기다. 차씨는 “아프리카 아기들을 돕는 단체 ‘컴페션’에서 콘서트를 수십 번 개최하면서도 막상 우리 민족인 탈북자를 위해서 할 생각은 왜 못했나 의문이 들었다”며 “서로 의지하며 토닥거리면서 사는 게 삶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차씨의 콘서트에서 중국을 비난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상황은 없었다. ‘거위의 꿈(쥬얼리·황보)’ ‘여러분(윤복희)’ ‘사랑으로(노사연·이무송)’ 등의 노래로 고난을 겪는 사람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선한 한마음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데 집중했다. 콘서트 연출을 맡은 류원상씨는 “아일랜드 그룹 ‘U2’ 등에 공조를 요청해 국제 행사로 만들 것”이라며 “콘서트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차씨 부부의 용기는 착한 사람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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