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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인사이트] 배당 축소 주문한 정부, 기업·수출입은행은 예외

중앙일보 2012.03.06 00:00 경제 3면 지면보기
나현철
금융팀장
3월 말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옵니다. 한 해 장사를 잘한 기업들의 주주들은 설레고 있습니다. 주주의 권리인 배당 때문입니다. 하지만 은행 주주들에게는 이 설렘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정부가 앞장서 ‘배당을 많이 주지 마라’고 눈을 부라렸기 때문입니다.



 최근 발표된 금융지주사들의 올 배당 계획은 사상 최대였던 실적에 비해 약소합니다. 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나눠주는 돈의 비율인 배당 성향은 KB금융 11.7%, 하나금융 5.9%, 신한지주 20.3%로 정해졌습니다. 한 해 전보다 많게는 4분의 1로 쪼그라든 수치입니다.



 ‘배당 축소’를 주문한 정부의 논리는 간명합니다. ‘월가 점령 시위(Occupy Wall)’로 대표되는 세계적 반(反)금융 정서를 고려해 탐욕을 부려선 안 된다고 합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잇따라 겪은 금융권으로선 반박하기 힘든 논리입니다. 은행들이 “주주들의 불평을 어떻게 잠재우란 말이냐”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 공교로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정부가 대주주인 국책은행의 배당이 1년 전보다 대폭 늘어난 것입니다. 기획재정부와 해당 은행 등으로 구성된 배당협의회는 기업은행의 지난해 순익 1조5522억원 가운데 3745억원을 배당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배당 성향은 1년 전(20.5%)보다 높아진 24.06%입니다. 수출입은행도 1468억원의 순익 중 336억원을 배당해 배당 성향이 18.5%에서 22.9%로 올랐습니다. 이 배당금의 대부분은 정부 몫입니다.



 국책은행의 배당이 많아진 건 정부의 요구 때문이라고 합니다. “재정 건전성, 즉 나라 살림이 쪼들리니 배당을 좀 많이 받아야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금융권에선 당장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말이 나옵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정부가 모범을 보인다는 전제하에 민간은행 주주에겐 희생을 요구했던 것 아니냐”고 어이없어 했습니다. 해당 은행들도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그렇게 올해 은행권 배당은 정부의 ‘원맨쇼’로 끝났습니다. 민간기업 팔 비트는 잣대 따로, 정부 배당 잣대 따로 말입니다. 납득도 이해도 잘 안 가는 결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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