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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린이푸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

중앙일보 2012.03.05 03:00 종합 8면 지면보기
“중국은 앞으로도 20년간 8%대의 성장을 계속할 것이다. 중국 경제는 이미 경착륙 위험에서 벗어났다.” 린이푸(林毅夫·60·사진)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가 2일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른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낙관론을 폈다. 중국을 연구하는 싱크탱크인 J-차이나포럼(회장 정종욱 동아대 석좌교수·전 주중대사)과 서울대 중국연구소(소장 김광억 교수)가 한·중우호협회 후원으로 린이푸 부총재를 초청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특별강연에서다. 그는 중국인 출신 첫 세계은행 부총재로 2008년 취임했다.


시진핑 시대에도 중국의 기적은 계속…문제는 부의 재분배
J-차이나포럼·서울대 중국연구소 초청 강연



린 부총재는 ‘중국 경제 독해-이슈와 전망’을 주제로 강연한 뒤 참석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으며, 본지와는 별도의 인터뷰를 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올해 말 당대회에서 최고권력자(당 총서기)가 되면 앞으로 성장과 분배를 다 같이 중시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분배를 위한 성장 희생, 성장을 위한 분배 희생은 안 된다”고 충고했다. 중국의 소득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면서 ‘백성의 가난보다 불평등을 더 걱정하라(不患貧患不均)’는 논어(論語) 구절을 인용했지만,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거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사회복지 방식을 개인적으로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시장경제 시스템이 잘 작동하도록 개혁을 계속 추진하고, 사회 갈등을 키우는 소득 불균형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부론(Wealth of the Nations)’을 쓴 애덤 스미스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그 책의 실제 제목이 ‘국부의 본질과 원천에 대한 탐구(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the Nations)’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국부는 그 나라의 본질과 원천에서 나온 결과이므로 나라의 본질과 원천을 잘 이해하고 국부를 실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의 성장률이 반토막 날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중국의 기적은 앞으로 계속될 수 있나.



 “중국의 경제 발전 단계는 1977년의 한국, 75년의 대만, 51년의 일본과 유사하다. 한국·대만·일본은 그 이후 약 20년간 각각 7.6%, 8.3%, 9.2%씩 고속 성장을 계속했다. 중국은 앞으로 20년간 8% 성장은 할 수 있다.”



 -장밋빛 전망의 근거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부단한 기술혁신과 산업 구조개선이 중요하다. 중국은 그럴 여지가 크다.”



 -향후 20년간 중국이 8%씩 성장하면 미국을 추월하는 것 아닌가.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4분의1을 넘는 시점에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추월하게 된다.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2008년에 미국의 21%였으니, (미국 추월은) 조만간 벌어질 현실이다. 양국이 협력하면 함께 번영할 수 있다.”



 -성장이 둔화되는 ‘중진국 함정’에 빠질 우려는.



 “중국은 기술혁신과 산업 구조개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계속 성장할 것이고,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고속 성장의 핵심 동력은.



 “투자·수출·내수 모두 중요하다. 기술혁신과 산업 구조개선을 위해선 투자가 꾸준히 늘어야 한다. 그래야 소득도 소비도 늘게 된다.”



 -내수시장의 고속 팽창이 가능한가.



 “가능한 현실이다. 중국의 꾸준한 수입 증가는 내수시장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독일의 성장을 기적이라고 부르는데, 중국이 수입을 많이 해준 덕분이라고 한다.”



 -중국은 경착륙 위험에서 벗어났나.



 “글로벌 위기 이후 중국에 경착륙은 없었다. 앞으로도 경착륙은 없을 것이다. 저축률이 높아 투자 여력이 크다. 정부 재정상황도 좋다.”



 -중국이 경기 부양 책을 펼 가능성은.



 “최근 당국은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췄다. 이는 일종의 긴축완화 정책이다. (금리 인하 등은) 실제 경제 상황을 봐가면서 당국이 판단할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를 돌파했다.



 “예상한 결과이고 상징성이 있는 지표다. 중국 경제가 새로운 이정표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도시화율이 51%를 돌파했는데.



 “놀랄 일은 아니다. 한국처럼 중국도 도시화율이 70%를 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소득 불균형이 심각한데.



 “중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소득 분배다. 해법은 첫째로 부의 재분배다. 둘째로 자산 소득의 재분배다. 정부가 돈을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다.”



 -베이징대 경제학과 동문인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부총리가 총리가 되면 어떤 정책을 펼까.



 “(총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경험이 풍부하고 학력도 높다. 중국의 실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실사구시(實事求是)·사상해방·여시구진(與時求進·시대 변화와 함께 전진함)을 통해 과학적 발전이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잘 될까.



 “FTA는 양국 모두에 이롭다. 협상을 빨리 할수록 좋다.”



 -올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전망은.



 “적잖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유로 경제권은 후퇴 중이다. 신흥 경제권은 성장률이 떨어져 세계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해진 상태다.”



 -유럽 위기에서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지금 세계에서 가장 부족한 건 성장이다.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이 할 수 있는 최대 기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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