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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바닷속 클로렐라 기름 짜내 에너지 고민 해결한다

중앙일보 2012.03.05 00:40 경제 13면 지면보기
양지원 교수(왼쪽)가 미세 조류에서 짜 낸 기름이 담긴 램프에 불을 붙여 연소 실험을 하고 있다.


일반 유류가 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유전자를 조작한 미세 조류로 노란 부위가 기름 덩어리다. 이 부분이 클수록 바이오디젤용으로 좋은 조류다.
2일 대전시 대덕연구단지 내 KAIST 차세대 바이오매스 연구단 양지원 교수 연구실. 시커먼 원유 같은 기름이 든 램프 심지에 불을 붙이자 노란 불꽃이 금세 활활 타올랐다. 그 기름은 주유소에서 사지 않았다. 실험실의 작은 수조에서 양식한 미세 조류(藻類)를 말려 짠 것이다. 그러나 원유에서 정제한 기름이나 다름없이 불도 잘 붙고 화력도 좋았다.

KAIST 양지원 교수팀, 미세 조류 통한 바이오 디젤 생산 기술 연구



 양 교수 연구실은 바다의 어류 먹이로나 알았던 클로렐라 등 미세 조류가 육상으로 올라와 ‘유전(油田)’으로 탈바꿈해 바이오 디젤 원료가 되는 순간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고유가와 화석연료 고갈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그 대안으로 미세 조류로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바이오 디젤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로 무장한 벤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세 조류는 바다나 강 등에서 자라는 클로렐라·박테리아 등 미생물을 주로 말한다. 수만 종이 서식하며 바이오 디젤 생산을 위해 집중 연구되고 있는 것만 수백 종에 이른다.



햇빛과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로 미세 조류를 대량으로 양식하는 개념도. 일렬로 늘어 놓은 직사각형 막대형태는 조류 양식장을 표현한 것이다.
 세계 각국이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해 미세 조류 연구에 집중하는 것은 기존 원료인 옥수수나 사탕수수, 나무 부스러기나 풀 등에 비해 많은 이점이 있어서다. 우선 고갈 염려가 없다. 햇빛과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만 공급하면 하루에 서너 배씩 그 양이 늘어난다. 그래서 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잡고, 기름도 생산하는 등 여러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옥수수 등 곡물로 연료를 만드는 것은 식량난을 부채질한다는 비난을 사 왔고, 나무 부스러기를 이용하려던 방법은 관련 기술을 개발하지 못해 대부분 연구자가 손을 놓은 상태다.



 미세 조류가 각광받고 있는 것은 유전자 조작 기술이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다. 기름을 작게 생산하던 종류도 유전자를 조작하면 그 생산량이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양 교수팀은 미세 조류 몸체의 15% 정도가 기름이던 클라미도 모나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기름 함량을 30%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일본 쓰쿠바대 연구팀은 보트리오 코코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그 함량을 88%까지 올리기도 했다. 이는 몸 전체가 거의 기름 덩어리인 셈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팀은 북극에서 채집한 클로렐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유전자 조작 전 기름 함량이 30% 내외인 데다 4계절 내내 잘 자라고, 8시간 만에 개체 수가 두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유전자 지도를 만들고 유전자를 조작해 기름 함량을 늘릴 계획이다. 상당수 미세 조류는 개체 수 증가 속도가 빠르면 기름 함량이 10% 내외로 적거나, 기름 함량이 많으면 그 수의 증가 속도가 며칠씩 걸렸다.



 미국에서는 미세 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디젤 생산을 주 상품으로 한 벤처기업의 활동도 활발하다. 매사추세츠의 벤처기업 ‘줄(Joule)’은 올 들어 정부로부터 7000만 달러(약 780억원)의 연구비를 받았다. 자신들이 개발한 미세 조류를 활용해 1년간 1에이커(약 4046㎡)에서 2만5000갤런(약 9만4635L)의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갤런당 생산비는 에탄올 1.23달러, 디젤 1.19달러 정도다. 이외에 사파이어와 솔릭스 등의 벤처기업도 독자 기술을 개발해 차세대 바이오 디젤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양 교수는 “미세 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디젤은 이제 여명기”라며 “그 성패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미세 조류로 바이오 디젤을 경제성 있게 양산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팜유나 기존 화석연료를 이용한 연료보다 생산 원가가 서너 배 비싸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다. 태양광과 이산화탄소만 있으면 잘 자라지만 적정한 성장 온도 유지와 물기를 말리고, 일반 자동차에 넣어도 될 정도로 정제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이제야 각국이 미세 조류로 눈을 돌려 기술 수준이 낮지만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바이오연료=석유 등 기존 화석연료 이외에 팜·유채·옥수수 등 식물이나 클로렐라 등 미세 조류 등을 이용해 생산하는 연료. 미세 조류는 태양광과 이산화탄소로 키우고, 성장 속도도 빠른 이점이 있다. 생산한 연료는 일반 난방유뿐 아니라 자동차 연료로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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