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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MWC 8관’의 경고

중앙일보 2012.03.05 00:30 경제 12면 지면보기
박태희
경제부문 기자
‘이동통신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는 속설이 하나 있다. “8관 전시업체를 보면 모바일 업계의 판도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행사장 입구 우측, 축구장만 한 넓이의 8관은 MWC 메인홀로 꼽힌다. 주목도와 접근성이 뛰어나 행사에 참가한 1400여 개 업체가 대부분 이곳에 부스를 차리기를 꿈꾼다.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업체의 시장영향력, GSMA 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8관 자리를 배정한다. 그러다 보니 8관은 자연스럽게 모바일 업계의 ‘메이저리그’가 된다.



 올해는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과 중국의 화웨이·ZTE, 그리고 미국의 모토로라·퀄컴·인텔이 입성의 영예를 얻었다. 2010년 8관에 자리 잡았던 업체 가운데 림, 소니에릭슨 등 네 곳은 올해 다른 관으로 밀려났다. 2년 만에 절반 가까운 업체들이 ‘마이너리거’로 전락한 셈이다.



 8관 내에서도 위상 변화는 두드러진다.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는 노키아가 차지했던 명당 자리를 2년 연속 차지했다. 스마트폰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 채 3년 만에 MWC에 돌아온 노키아는 접근성이 한참 떨어지는 7관으로 밀려났다.



 삼성전자가 비워둔 자리는 중국 업체 화웨이가 차지했다. 화웨이는 이번 행사에서 구동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쿼드코어폰과 두께 6.68㎜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만만찮은 기술력을 과시했다. 한때 ‘미국 통신업계의 자존심’으로 일컬어졌던 모토로라는 중국 ZTE에 자리를 내줬다. 3년 이상 혁신적 제품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모토로라는 8관 입성에는 성공했으나 구석 자리로 밀려난 데다 부스 크기도 예년의 절반으로 줄었다. 전시장을 둘러본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바일 업계에는 영원한 강자가 없다는 말을 실감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은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나흘간 바르셀로나를 달군 2012 MWC가 지난 1일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2~3년 뒤 8관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잠깐의 성공에 안주해서도, 시장 변화를 감지하는 촉각이 둔해져서도 안 된다”고 8관은 경고하고 있다.



박태희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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