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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토크쇼, 웃음 대신 고백

중앙일보 2012.03.05 00:28 종합 27면 지면보기
요즘 토크쇼는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한다. 개그맨 최효종(가운데)은 KBS ‘승승장구’에 출연해 강용석 의원에게 고소당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스타들의 사생활이 들추어지고 의미 없는 농담이 이어진다. 진행자들은 서로 깎아 내리며 웃고 즐긴다. 연예인 토크쇼는,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신변잡기 대신 게스트(초대손님)들의 힘겨웠던 시절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가끔은 눈물도 난다. 이른바 ‘힐링(healing·몸과 마음의 치유) 토크쇼’가 연예 프로그램 주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트렌드로 떠오른 ‘힐링 토크쇼’



 물꼬는 이경규·김제동·한혜진이 진행하는 ‘힐링캠프(SBS·월 밤 11시15분)’가 텄다. 제목 그대로 ‘힐링’에 초점을 맞춰 지난해 7월 문을 열었지만 초반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박근혜·문재인 등 대권 주자들을 섭외하며 화제가 됐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최민식,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윤제문 편에서 ‘화려한 스타’보다 ‘고단한 배우’의 역정에 방점을 찍었다.



 ‘듣는 힘’의 매력은 지난달 13일 가수 윤종신 편에서 돋보였다. 공중파·케이블 등에서 거의 매일 보는 윤종신이지만 “희귀질환인 크론병을 앓고 있다”는 고백은 ‘힐링캠프’에서 처음 공개됐다. 최영인 CP는 “‘힐링 포인트’를 분명히 가지고 게스트의 이야기를 듣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솔한 얘기를 듣기 위해 각자 사연이 있는 장소에서 토크를 진행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JTBC 주말사극 ‘인수대비’의 타이틀 롤을 맡은 채시라도 5일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김승우가 메인MC를 맡은 ‘승승장구(KBS·화 밤 11시5분)’의 접근법도 엇비슷하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주제로 삼지만, 밝게 풀어내는 게 특징이다. ‘은초딩’이라는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는 가수 은지원, 아이돌 그룹 비스트 등 비교적 젊은 게스트라고 해서 가볍게만 다루지 않는다.



JTBC의 ‘박경림의 오! 해피데이’에 나온 김희애. 요즘 수목드라마 ‘아내의 자격’에 출연 중이다.
 은지원이 “학교에 가지 않았다”며 어둡고 불안했던 청소년 시절을 털어놓고, 인기 정상의 아이돌 그룹이 “(열악한 숙소 탓에) 침대에 앉아서 밥을 먹고, 일방통행으로 걸어 다녀야 했다”며 힘들고 배고팠던 연습생 시절을 담담히 고백한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일부러 힘든 얘기를 하지 않았다”던 이수근은 눈물을 흘리며 각각 임신중독증과 뇌성마비로 투병 중인 아내와 아들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했다.



 만능방송인 박경림이 처음으로 단독 진행을 맡은 ‘박경림의 오! 해피데이(JTBC·월~목 오전 11시)’도 ‘힐링’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침 시간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여성 진행자 특유의 살가움으로 끌어가는 게 매력이다. 요즘 JTBC 수목드라마 ‘아내의 자격’에 출연 중인 김희애는 “사춘기를 맞은 큰아들이 이제 나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가끔 남 같은 느낌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다소 공격적인 토크로 인기를 끌었던 기존 프로그램도 ‘위로와 공감’에 한층 힘을 실었다. 6년째 방영되고 있는 ‘황금어장-라디오 스타(MBC·수 밤 11시15분)’에서 ‘뼈그맨(뼛속까지 개그맨)’ 유세윤이 눈물을 흘리며 우울증을 이야기하고, 독고영재·조형기·박준규 등 중년 스타들이 출연해 무명시절의 우정을 고백하는 것은 그래서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과)는 “괴담·사생활 유포로 부정적인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공감·위로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망이 커지고 있다. 일련의 ‘힐링 토크쇼는 TV를 보며 그냥 웃고 지나치는 게 아니라 그 순간만이라도 위로 받고 싶은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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