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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쌀한 향내 고스란히, 도라지 튀김

중앙선데이 2012.03.03 18:05 260호 29면 지면보기
어릴 적, 도라지가 고추장으로 빨갛게 무쳐지면 저녁 밥상에 오르는 것이고 간장과 소금 간으로 희게 볶아지면 제사상에 오르는 건 줄 알았다. 도라지는 살아 있는 사람의 밥상이나 죽은 사람의 추모상,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생활 나물인 것이다. 어느 해 여름인가 전남 담양에서 야생 꽃전문가가 건네준 투명한 티팟에는 흰 별과 보라 별이 물속에서 하늘거리며 피어나고 있었다. 바로 도라지꽃차다. 뿌리만 먹는 도라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뒤 꽃 음식으로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도라지꽃이 파이 위에도 올라가고 화전처럼 프라이팬에서 부쳐지는 것도 보게 되었다.
하지만 도라지는 역시 뿌리의 쌉쌀함이 최고가 아니겠는가!

레스토랑 가이드 다이어리알(diaryr.com) 이윤화 대표


얼마전 철의 삼각지 중심인 강원도 철원의 대득봉 아래 같은 이름의 맛집을 찾았다. 이곳의 산도라지는 흔한 고추장 무침으로도 나오지만, 통튀김으로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다. 튀김 기름 때문에 도라지의 향이 묻힐 것이라고 상상했지만 직접 씹어 보니 쓸데없는 기우였음을 이내 알게 됐다. 도라지가 질기지도 않으면서 쌉쌀한 향은 그 자체로도 은은하다. 화려한 밥상은 아니지만 도시 수퍼 재료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맛’인 것이다.
가래·기침에 좋다 하여 건강 테마의 카페에서도 도라지 음료를 파는 곳이 늘고 있다. 체인점 카페 ‘오가다’에는 배생강과 함께 만든 ‘배도라지생강차’가 있다. 산도라지 같은 진한 향을 기대하면 실망하겠지만 공해에 지친 목을 잠시 풀어주는 정도로는 그만이다.
▶대득봉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문혜리 271-2·
033-452-2915
▶오가다(다점포 카페)
서울 중구 무교동21-1·02-776-0124(시청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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