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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View 파워스타일] 맥쿼리증권 러스 그레고리 대표

중앙일보 2012.03.03 01:30 주말섹션 15면 지면보기
러스 그레고리 맥쿼리증권 대표는 신기할 만큼 한국과 통하는 게 많은 사람이다.


일도 열심, 놀기도 열심 … 한국 ‘짱’

 1996년 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배낭여행을 온 게 첫 인연이었다. 당시 아시아 여러 나라를 여행했지만 한국에 가장 큰 매력을 느껴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마음먹었다. 호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호주의 대표 금융그룹인 맥쿼리로 직장을 옮겼는데 2003년에 두 손을 번쩍 들고 한국맥쿼리에 자원했다. 뭐가 그렇게 매력적이냐고 묻자 “그 어느 나라보다 아시아답고 열정이 넘친다”고 했다.



 “한국에선 항상 일이 생겨요. 그만큼 다이내믹하죠. 호주인은 스포츠를 할 때나 애국심을 보이는데 한국인은 늘 애국심이 있어요. 여유가 좀 없는 게 흠이지만 야망이 있고 정치·사회·경제 이슈에 대해서도 아주 관심이 많아요.” 한마디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노는’ 문화가 너무 좋다는 거다. 실제 그의 성격이 그렇다. 뭐든 중간 정도 하기보다는 끝장을 보는 타입이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넥타이①하나를 해도 빨강, 파랑, 녹색 등 강한 색깔을 좋아한다. 문양도 동양적 느낌이 물씬 난다. 주중 패션은 대부분 정장 차림. 그 대신 안감에 색깔이 있는 옷이나 윙크하는 눈, 007시리즈 등 유머러스한 커프스②등으로 멋을 낸다. 즐겨 입는 브랜드는 겐조, 질샌더, 오즈왈드 보탱 등인데 한국 브랜드는 사이즈가 잘 안 맞는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드라마나 가요처럼 ‘디자인 한류’가 시작됐다”며 “창의성 넘치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남성으로는 드물게 향수③도 모은다. 자신을 나타내고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아닉구탈, 크리드, 르라보 등 여운이 남는 은은한 과일 향을 선호한다. 그레고리 대표는 이 모든 설명을 유창한 한국말로 했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을 2년 가까이 다니며 ‘빡세게 공부한’ 덕이라고 했다.



 “언어를 모르면 그 나라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없어요. 실제 한국엔 영어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표현이 많아요. 답답하다, 체면, 눈치, 응어리, 정, 마음… 이런 것들요.” 언어뿐 아니라 비즈니스 문화에도 익숙하다. 영·미권에선 일 자체를 놓고 이것저것 따지는 반면에 한국에선 한동안 시간을 투자해 상대방의 믿음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맥쿼리증권은 현지화가 가장 잘된 외국계 기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일을 100% 합리적으로만 하려고 하면 오히려 잘 안 된다. 관계를 중요시해야 오래간다”고 훈수(?)까지 둔다. 투자자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은 ‘가장 이상적인 곳(sweet spot)’이다. 글로벌 마인드가 있는 동시에 독특한 문화가 살아 있어 매력이 높다고. 오히려 고유문화가 사라져가는 게 걱정이란다. “16년 전엔 서울 거리에서 한복 입은 어르신도 많이 봤는데, 이젠 명절에도 보기 어려워요.”



글=이소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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