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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스피드 떨어지는 일본, 새로운 구세주 갈망

중앙일보 2012.03.03 00:54 종합 12면 지면보기
대지진과 쓰나미로 폐허가 된 미야기현 게센누마의 거리. 바닷가에서 2㎞ 이상 떨어진 곳이지만 폐자재와 쓰나미에 쓸려간 자동차 등 쓰레기 더미는 1년 전 그대로다. [게센누마=서승욱 기자]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은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은 1년 뒤인 지금 커다란 쓰레기 더미로 변해있다.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石卷)시엔 평상시의 106년치 배출량에 해당하는 쓰레기 616만t이 최고 20m 높이로 쌓여 있고, 미나미산리쿠(南三陸)에도 19년치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레기는 미야기·이와테(岩手)·후쿠시마(福島) 등 피해 지역 3개 현을 합쳐 2253만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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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처리한 쓰레기는 그중 5.2%인 117만t뿐이다. 쓰레기를 다른 현으로 옮겨 처리해야 하지만 “방사능 쓰레기를 어떻게 받느냐”는 타 지역의 반발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이미 신뢰를 상실한 일본 정부의 갈등 조정 리더십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니 “2014년까지 쓰레기 처리를 완료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과 7월, 1·2차 추경예산으로 마련한 복구비용 6조7000억 엔 중 지금까지 집행한 액수는 절반에 불과하다. 특히 도로와 학교, 공영주택 등 인프라 정비를 위한 예산의 집행률은 20%에 머물고 있다. 쓰나미로 쑥대밭이 된 3개 현 해안의 방조제 190㎞ 중 올해 복구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구간은 18㎞다.



정부는 “어떤 새로운 마을을 만들지 부흥의 밑그림을 해당 지역이 그려야 한다”며 지자체에 맡겨두고, 지자체는 지역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못해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가릴 것 없는 리더십 붕괴의 현장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이기 때문에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일본사회에 만연한 심리도 한몫한다.



 지난해 4월 총리의 민간 자문기구로 출범한 일본부흥구상회의가 부흥 관련 비전을 담아 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한 시점은 그해 6월이다. 그러나 부흥특구 지정 등의 관련 내용이 법으로 국회를 통과한 때는 6개월 뒤인 지난해 12월이었다.



 부흥 업무를 총괄하는 부흥청도 대지진 11개월 만인 지난달 중순에야 발족했다. “각 부처의 관련 권한을 모두 아우르는 수퍼 조직이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과 “전 각료가 참가하는 부흥대책본부에서 총괄하면 된다”는 민주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다 빚어진 코미디였다.



 본지 기자와 만난 피해 지역 지자체장들은 “정부정책의 스피드가 너무 떨어지는 점이 복구의 가장 큰 걸림돌”(사토 진 미나미산리쿠 촌장), “여야의 의견 불일치가 가장 문제”(도바 후토시 리쿠젠타카타 시장)라는 불만을 쏟아내지만, 정작 도쿄 정치권의 최대 관심은 소비세 인상과 차기 총선 및 정계개편이다.



 이오키베 마코토(五百旗頭眞) 일본부흥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일본의 정치 혼란에 대해 “정부가 일을 잘하도록 뒷받침하기보다 다음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만 관심을 갖는 일본 사회의 ‘정변(政變) 중독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소비세 인상을 두고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대표 측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벌써 7개월째 내전을 벌이고 있다. 여당 시절 증세에 찬성했던 자민당은 소비세 인상 자체에 대한 입장 표명 없이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르자”는 모호한 자세다.



 지난 6년간 여섯 명의 총리가 등장했던 일본의 단명 리더십은 이젠 ‘노다 총리가 물러나고 민주당의 네 번째 총리가 나오느냐, 아니면 조기 총선 실시냐’라는 암울한 선택에 몰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사회는 새 구세주를 찾고 있다. 43세 하시모토 도오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의 인기 상승은 이와 같은 맥락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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