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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릭은 사기꾼” 이 시위로 중국 영웅 된 무명 경제학자

중앙일보 2012.03.03 00:47 종합 16면 지면보기
무명의 중국 좌파 학자가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를 ‘월가의 금융 사기꾼’으로 몰아붙인 뒤 13억 중국인이 주목하는 뉴스 메이커로 떠올랐다. <중앙일보 2월 29일자 E4면>



 주인공은 장쑤(江蘇)대학 공상관리학원(경영대학원에 해당) 두젠궈(杜建國·사진 오른쪽) 부학장. 그는 최근까지도 국유기업 민영화에 반대해온 좌파 성향의 이름 없는 교수일 뿐이었다.



 그는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은행의 ‘2030년 중국 보고서’ 발표 현장에 갑자기 나타나면서 하룻밤 새 유명해졌다. 그는 졸릭 총재가 브리핑하는 중에 미리 준비한 유인물을 기자들에게 뿌리며 자기 주장을 펼쳤다. ‘세계은행, 당신의 독약을 들고 미국으로 꺼지라’는 도발적 제목을 담은 이 문건에서 그는 졸릭 총재를 “월가의 금융 사기꾼”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앞서 졸릭 총재가 국유기업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고, 정부 보조금을 철폐하고 시장개방을 확대하라고 중국 정부에 촉구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요구는 99%와 1%의 대립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중국과 중국인에게는 아무런 이익을 줄 수 없고 중국 경제를 망가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행동은 월가의 탐욕스러운 금융가들을 비난하며 미국인이 벌여온 ‘점령(occupy) 시위’를 연상케 했다. 외신은 돌출 행동에만 주목했지만 중국 언론은 그의 주장을 자세히 보도했다.



 그는 다음 날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신랑왕(新浪網)에 개설된 개인 블로그에 ‘옳은 것으로 사악함을 내치고, 진실로 거짓을 깨뜨린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세계은행의 중국 구조조정 처방은 중국 경제와 인민에게 독약을 주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네티즌은 “중국인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했다”거나 “용기 있고 영웅적인 행동이었다”며 지지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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