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 경제 르포] ATM 사용제한 첫날 혼란
2일 오전 11시 하나은행 신촌지점엔 집적회로(IC)카드로 교체하려는 손님 3명이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었다. 고객 조모(73)씨는 “아무 연락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침 뉴스를 보고 부랴부랴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창구 직원은 “9시에 문을 연 뒤 카드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객이 50명 이상 다녀갔다”며 “사전 공지가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별 혼란이 없을 것’이라던 은행과 카드사는 당황한 표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IC카드로 발급돼 있는 현금카드와 체크카드는 교체신청이 거의 없었지만 신용카드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3개월 안에 사용실적이 있는 현금·신용카드 4900만 장 중 82.5%인 4000만 장엔 전자칩이 장착돼 있다. 마그네틱 방식으로만 돼 있는 나머지 900만 장이 문제인데 대부분 신용카드라는 얘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2월 말과 3월 초 신청이 밀리면서 발급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데 갑자기 교체 신청이 늘어나 고객이 최소 열흘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러 은행과 제휴하고 있는 비씨카드가 문제가 되고 있다. 종류별로 카드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 고객의 교체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시중은행 창구에서 카드 교체를 신청했거나 카드 사용과 관련한 불편을 호소한 고객 중 90%가량이 비씨카드를 갖고 있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현재 대기자가 1만5000명 정도인데 최대한 빨리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이를 틈타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창구 직원을 통해 “길게는 2~3주를 기다려야 하는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실제 각 은행 지점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체크카드를 신청하는 고객이 눈에 띄었다. 체크카드를 마다하는 고객에게 자기네 신용카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고객 심모(31)씨는 “은행들이 미리 알려줬더라면 불편을 겪지도 않고, 원치 않는 카드를 발급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 아니냐”며 “이렇게 당하고 보니 고의적으로 미리 알리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불쾌해했다.
김혜미·한영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