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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검사 "힘들다" 사표쓰고 휴가, 대검은…

중앙일보 2012.03.03 00:22 종합 20면 지면보기
2일 오전 7시. 경기도 부천시 인천지검 부천지청 로비 앞에 검은색 SM5 승용차가 멈춰 섰다. 조수석에서 내린 사람은 박은정(40·여·사법연수원 29기) 검사. 흰색 재킷에 회색바지 차림인 그는 초췌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경원 판사남편 기소청탁 파문 … 대검은 반려키로

 기자가 다가가 “박은정 검사죠?”라고 물었지만 박 검사는 눈길도 주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 출근시간보다 2시간 앞선 때였다. 박 검사는 로비 안에서 유리창 너머로 기자를 흘깃 쳐다보더니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 남편 김재호(49·연수원 21기) 판사에게서 “아내를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박 검사는 잠시 후인 7시50분 쯤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오늘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 그동안 함께 일했던 검찰 선후배 동료들과 검찰 가족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싶다. 건강하고 늘 행복하시라”는 글을 남겼다.



 박 검사는 끝내 김 판사의 기소청탁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가 밝힌 사직 사유는 가사(家事). 부천지청은 사의 표명을 만류했다. 대검찰청도 “현재로선 박 검사에게 책임을 물을 사유가 없으므로 사직서를 반려할 예정”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결국 박 검사는 7일까지 휴가를 내고 오전 10시30분 퇴근했다.



박 검사는 “잠을 못 자서 머리가 아프다. 일하기 힘들고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며 휴가 사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부천지청 송인택 차장검사는 “박 검사는 가정과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며 “양심선언 논란은 서울서부지검에서 있었던 사안인 데다 본인이 (우리들에게)얘기한 적이 없기 때문에 (나는)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박은정 검사가 2005년 서울서부지검 재직 당시 김재호 판사로부터 나 전 의원과 관련한 기소청탁을 받았다고 최근 검찰에서 증언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 검사는 사건을 배당받은 뒤 바로 출산휴가를 가 수사를 실질적으로 담당하거나 기소한 검사가 아니다”며 “남편 김재호 판사는 당시 미국 유학을 떠나 한국에 없었기 때문에 기소 여부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실제 기소는 다른 검사가 담당=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 당시 ‘나꼼수’ 방송에서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는 “김 판사가 나 후보를 비방한 네티즌 김모씨를 기소해 달라고 검사에게 청탁했고, 김씨는 실제 기소된 뒤 일사천리로 재판을 받고는 대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나 전 의원은 선거가 끝난 뒤 허위사실 유포(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주 기자 등 ‘나꼼수’ 진행자 7명을 고발했다. ‘나꼼수’ 측은 나 전 의원을 맞고소한 데 이어 방송을 통해 ‘박은정 검사 양심선언’ 주장까지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당시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검사는 최영운(45·연수원 27기) 대구지검 김천지청 부장검사였다. 최 부장검사는 당시 동료였던 박 검사가 출산휴가를 떠난 뒤 사건을 넘겨받아 김씨를 기소했다. 최 부장검사는 “김 판사를 본 적도, 전화를 받은 적도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검사가 실제 청탁전화를 받았는지, 이 사실을 검찰에 알렸는지 여부에 대해 함구하면서 ‘진실 공방’은 경찰의 손에 넘어갈 전망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2일 “박 검사를 조사할지, 조사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 검토해 다음 주 월요일(5일)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채윤경·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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