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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누구기에 … ‘동지들 챙기기’ 밀어붙이는 곽노현

중앙일보 2012.03.03 00:22 종합 20면 지면보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34.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보수 진영 이원희 후보를 1.1%포인트 차로 누르고 수도 서울 130만 초·중·고생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이 된 것이다. 그는 선거 당시 시종일관 ‘공정 인사’를 강조했다. 선거공약집에 ‘자기 편 챙기기 그만!’이라는 문구도 넣었다. 전임 공정택 교육감이 인사 비리로 물러난 데 대한 차별화 전략이었다. 곽 교육감은 2010년 취임 석 달을 맞은 공개 토론회에선 “내가 원하는 인사는 파격이 아니다. 원칙의 인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인사는) 예측 가능성 또한 100%”라는 발언도 했다.


전 이우학교 교장 정광필
전교조 출신 전 보좌관 이형빈
영입자 대부분은 선거공신
3명 임용 취소된 공립학교 혼란

 그랬던 그가 지난해 9월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됐다가 올 1월 1심에서 3000만원 벌금형을 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선거 당시 그의 공언과는 정반대로 서울교육청은 현재 ‘편법 인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교조 출신 등 특정 인물 심기로 서울교육청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우호적이던 공무원노조도 “원칙 없는 인사”라며 비판했다.



 곽 교육감은 자신의 전직 비서 등 3명을 1일 공립 교사에 임용했다. 공립 교사는 5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갈 수 있는 자리다. 그의 취임 전에 너덧 명 수준이던 비서실은 10명 넘는 조직으로 몸집이 커졌다.



 곽 교육감은 자신이 교육청에 영입한 인사들을 정치판처럼 ‘동지’라 부른다. 그가 말한 대표적 동지는 이형빈(전교조 교사 출신) 전 보좌관이다. 그는 선거 캠프에서 일하다 곽 교육감이 당선되자 교육청에 들어왔다. 곽 교육감은 그를 공립 교사로 1일 발령했다.



 2일에는 새 비서실장 자리에 정광필(55) 전 이우학교장을 앉혔다. 정 실장은 곽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서울혁신학교’ 자문위원을 맡으면서 그와 가까워졌다. 곽 교육감은 신설된 정책총괄보좌관에 안승문(52) 교육희망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을 내정했다. 전교조 해직 교사, 시교육위원 출신인 안씨는 교육감 취임준비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혁신학교 전문가다. 곽 교육감은 이들의 정식 채용(비서관·5급)이 한 달 이상 걸리는 것을 피해 ‘일용직’으로 채용했다. 김태훈 교과부 교육자치과장은 “정상적인 채용이라고 할 수 없다. 위법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스스로 동지라고 말한 인사들을 교육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법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곽 교육감이 영입한 인물은 주로 비서진과 감사관 등 10여 명이다. 박상주(50) 대외협력보좌관(선거캠프 대변인 출신), 손성조(선거사무장 출신) 정책보좌관 등 선거 당시 곽 교육감을 지지했던 사람이 포함돼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이며 곽 교육감 취임준비위 부위원장을 맡은 송병춘(57) 감사관, 진보신당 심상정 전 국회의원의 선거를 도운 이범(43) 보좌관 등도 곽 교육감이 교육청에 영입한 인물들이다. 곽 교육감의 주요 공약인 ‘혁신학교’ 등을 위해 파견 나온 교사 15명 중 상당수는 전교조 출신이다.



 곽 교육감의 인사 무리수는 ‘조급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2심에서도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곽노현 사단은 급속히 힘을 잃게 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2심 선고가 나오기 전에 측근을 비서진에 모두 영입해 곽 교육감의 공약 사항들을 실행하도록 실·국장, 과장들을 압박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의 ‘인사 무리수’는 교육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졌다. 교과부는 2일 곽 교육감이 특채한 공립교사 3명에 대해 ‘임용 취소’를 통보했다. “교육감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특정인을 내정한 상태에서 특별채용이 이뤄졌다”는 이유다. 이들 세 명이 배치된 서울 S고 등 3개 학교는 이날 ‘기간제 교사를 구한다’는 모집 공고를 급히 냈다. 3명 교사 중 2명은 담임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C고 측은 “5일부터 수업 시작인데 대신할 교사를 구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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