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대공황 이후의 MIT, 산학협력 끊기자 ‘통섭’을 깨치다

중앙일보 2012.03.03 00:12 종합 23면 지면보기
과학을 성찰하다

임경순 지음

사이언스북스

576쪽, 2만2000원




과학은 힘이 세다. 짧은 시간에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은 물론 대량살상무기로 인류를 절멸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과학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인가. 한국의 과학사학 석학인 지은이는 방대한 자료와 지식을 바탕으로 이러한 과학의 겉과 속을 훑는다.



 과학은 20세기 중반까지 누가 뭐래도 가장 진보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객관적인 지식체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이제는 과학기술 지식의 확대만으로 세상 문제를 풀 수는 없게 됐다. 핵무기·베트남전 등으로 과학의 권위도 떨어졌다. 이런 와중에 광우병이나 신종플루에서 봤듯이 과학적 사실을 대중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학의 소통 문제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합리성의 시대에서 정당성의 시대로 과학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과학이 대중과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른 분야와 어떻게 협력할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게 됐다. 지은이는 이 문제를 풀려면 과학자들이 인문학·사회과학·예술과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달리 표현하자면 학문과 소통 모두에서 통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로 백남준은 “기술을 증오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한다”는 말을 했다. 과학과 예술을 결합해 새로운 창조적 제안을 함으로써 과학·기술을 인간화하려고 한 것이다.



 지은이는 과학과 관련한 다양한 에피소드도 함께 제시해 정보와 함께 읽는 재미를 준다. 예로 대학의 산학 연구와 관련, 미국 MIT를 사례로 들고 있다. 1865년 개교한 MIT는 남북전쟁 뒤 공업사회로 진입한 미국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려고 설립된 대학인데 개교 초기 순수학문을 중요시하는 기초과학파와 산학협력을 강조하는 응용과학파가 대립하다 후자가 장악했다. 나중에 대공황 이후 산학협력이 중단되는 쓰라린 경험을 하고서야 비로소 양자의 균형 발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됐다.



 이와 함께 노벨상에 대해서도 수상자의 상당수가 서로 사제 또는 동학 관계임을 지적한다. 권위 있는 상이지만 이런 진입 장벽 때문에 결코 공평한 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을 인문학·사회과학으로 규명하려 했던 지은이의 오랜 노력이 집약된 책이다.



채인택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