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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1200만원씩…" 조영구 얘기에 조형기 순간

중앙일보 2012.02.28 03:20 Week& 1면 지면보기
“노후 대비로 딱히 준비하는 게 없어요. 열심히 운동하는 게 전부죠. 건강해야 계속 배역을 맡을 수 있잖아요.”(탤런트 조형기)


46~55세 ‘금빛 퇴장’하려면, 58년 개띠, 늦지 않았습니다

 “매월 1200만원을 연금·펀드 등에 투자하고 있어요. 직업 특성상 언제 그만둘지 모르잖아요. 여유 있을 때 미리 은퇴 이후를 대비해야죠.”(방송인 조영구)





 조영구씨 얘기를 듣던 조형기씨 얼굴에 순간 머쓱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둘은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파워 시니어를 위한 투자의 비밀 토크쇼’에서 삼성증권 한정 연구위원과 함께 패널로 나서 자신의 노후 준비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한 연구위원은 둘의 얘기를 듣더니 “예전에는 30대에 종잣돈을 모아 40대에 자산을 불리고 50대에 관리하면 충분했다”며 “하지만 평균 수명 80세 시대인 요즘 자녀의 취업·결혼시기가 늦어지면서 46~55세 때 준비를 끝내 놓지 않으면 노후가 힘들어지게 됐다”고 경고했다. 한 위원이 말을 이어갔다. “46~55세는 들어오는 수입은 많지만 자녀 교육비·주택마련 등으로 지출도 많은 시기예요. 느긋하게 노후대비용 자산을 불릴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조형기씨의 경우 체계적인 은퇴설계가 필요해요.”



 조형기씨는 ‘58년 개띠’로 대표적인 베이비붐 세대다. 1955~63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는 약 700만 명으로 우리 인구의 14%를 차지한다. 이들은 은퇴 후에도 25~30년간 더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상당수는 조씨처럼 은퇴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국민연금은 물론이고 각종 연금 상품에 가입하지 않아 은퇴 후 단 한 푼의 연금도 받지 못하는 비율이 25.2%에 달한다. 한 개의 연금 상품에 가입한 비율은 43.7%지만, 은퇴 이후 받게 될 돈은 평균 58만1000원에 불과하다(2012년 피델리티 은퇴백서). 국민연금만 가입한 사람이 은퇴 전 모아둔 자산을 모두 쓰고 파산할 가능성은 41.4%나 된다고 한다(산업은행 ‘고령화와 은퇴자산의 적정성’).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순자산은 3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것만으론 길어진 노후를 버티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소득 공백이 빚어지는 ‘마(魔)의 10년(크레바스)’이다. 국민연금은 퇴직 후 바로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현재는 만 60세부터 받을 수 있지만 2013년부터는 수급연령이 5년마다 한 살씩 늦춰진다. 53~56년생은 만 61세, 57~60년생은 62세, 61~64년생은 63세, 65~68년생은 64세, 69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만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는다. 69년 이후 출생한 사람이 55세에 퇴직한다면 65세가 되기까지 10년간 받는 돈 없이 쓰기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만간 맞게 될 ‘평균 수명 100세 시대’도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으면 80~90대를 ‘제2 마의 구간’으로 살게 된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90만7000원, 국민연금연구원이 2009년 조사한 적정한 노후 월평균 생활비(부부 기준)는 173만6000원이다. 피델리티는 은퇴 후 최소 생활비로 월평균 156만4000원, 적정생활비로 234만4000원을 제시하고 있다.



 한 연구위원은 “평균 자산 6억원이 넘는 고객들은 은퇴 후 적정 생활비를 월 218만원 정도로 보고 있지만, 실제 은퇴자의 생활비는 이보다 94만원이나 많은 312만원에 달한다”며 “준비 없는 은퇴는 ‘마의 구간’을 거치면서 고령 가구의 빈곤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퇴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제시하는 노후 해법은 은퇴 준비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라는 것이다. 60세 때 1억원(수익률 7% 전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30세부터 준비하면 매달 8만2000원씩만 저축하면 된다. 하지만 40세부터 준비하면 매월 19만원으로 불어난다. 50세부터는 56만3000원이나 다달이 모아야 한다. 은퇴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인 25~35세부터 은퇴 준비에 나서도 결코 이르지 않다.



 미래에셋 은퇴교육센터 김동엽 센터장은 “30대엔 적립식 펀드, 40대엔 연금저축, 50대엔 채권 투자 이런 식의 정형화된 재테크 전략은 이제 맞지 않는다”며 “직업별·나이별로 적합한 은퇴 모델을 새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인들은 개인연금 등으로 국민연금 부족분을 채우고, 전문직은 큰 규모의 대출금을 가급적 빨리 갚는 식으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며 “일단 자신의 자산·소득에 맞게 은퇴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노후 설계의 첫 걸음”이라고 덧붙였다.



 또 은퇴 후 자산관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은퇴했다고 모아둔 돈을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을 운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자금을 불려야 한다는 것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 서진희 상무는 “안전자산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실적배당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을 어느 정도 갖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득 크레바스



직장에서 은퇴한 뒤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소득 공백기를 일컫는다. 만 55세에 은퇴 할 경우 만 60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득 크레바스가 5년이다. 하지만 2013년부터는 수급연령이 5년마다 한살씩 늦춰진다. 1969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만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득 크레바스가 10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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