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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자자 우~ 몰려다녀 문제 … 대박 펀드 소문나면 이미 끝물

중앙일보 2012.02.28 03:20 Week& 4면 지면보기
“펀드에서 자꾸 돈이 빠진다. 이러다 코스피 지수 2200포인트 가서야 돈이 밀려들까 무섭다.” 이원기(53·사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주식시장이 올랐으니 운용사엔 좋은 거 아니냐는 물음에 한숨을 쉬며 이렇게 답했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는 10% 넘게 올랐다. 그런데 펀드에서는 연일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4조원이 빠져나갔다. “20여 년을 운용업계에서 일했다. 그런데 요즘처럼 힘들어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내가 과연 투자자들에게 돈을 벌어 주고 있는가 하는 생각 때문에….” 최근 사명을 PCA자산운용에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으로 바꾼 이 대표를 만나 올해 펀드시장과 투자 전망에 대해 들었다.


이원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



-국내 주식형 펀드 3년 수익률을 보면 아무리 못 해도 50%는 넘는다. 왜 펀드 투자자가 돈을 못 벌었다고 생각하나.



 “지난 10년을 놓고 보면 주가가 많이 올랐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언제 투자했느냐는 점이다. 시장에는 호황과 불황이 있다. 투자하기에 좋은 시점과 투자를 시작하는 시점이 언제나 불일치했다. 펀드에 돈이 몰릴 때는 언제나 호황의 끝물이었다. 어떤 펀드가 엄청난 수익을 냈다는 입소문이 돌면 운용사·판매사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신문이 대박 펀드라고 보도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 펀드로 ‘와~’ 하고 몰려간다. 수익률은 과거 수익률일 뿐이다. 좋다는 소문에 가입하면 오히려 고점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쏠림현상이 너무 강하다. 단순하게 기간별 수익률로만 보면 모두 돈을 벌었을 것 같지만 돈이 들어온 시점을 가중평균해 펀드 수익률을 구해 보면 아마 마이너스가 아닐까 싶다. 꼭지에서 투자했다가 겨우 원금 회복하면 환매하고 다시 꼭지에 투자하고. 악순환이다.”



 -한국인의 ‘쏠림’ 기질도 문제지만 운용사나 판매사가 부추기는 것 아닌가.



 “그렇다. 운용사나 판매사가 너무 마케팅에만 신경 쓴다. 이 시점에서 고객에게 어떤 펀드를 파는 게 가장 도움이 될까가 아니라 어떤 펀드를 내놔야 지금 제일 잘 팔릴까를 우선 고려한다. 펀드산업이 마치 영화산업 같다. 대중의 보편적 정서를 자극하는 영화를 메이저 제작사가 만들어 거대 배급망을 갖춘 극장에 건다. 재밌다고 소문나면 사람들이 몰린다. 개봉 일주일 동안 흥행을 못 하면 빨리 영화를 내리고 다른 작품을 건다. 어쩌다 보니 펀드가 그렇게 됐다. 단기 수익률이 좋은 펀드를 대형 은행에 걸고 마케팅을 열심히 한다. 신문에도 최근 가장 잘나가는 펀드라고 소개되면 투자자가 몰린다. 대신 한 달 동안 별 반응이 없으면 다른 새로운 펀드를 찾아낸다. 이렇게 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중국·베트남·브릭스펀드 등이 열풍 이후 고생하지 않았나. 자문형 랩도 그렇고. 외국은 다르다. 우리처럼 펀드에 돈이 1년도 안 돼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곳은 없다. 게다가 저점에서 환매하고 고점에서 가입한다. 이런 식으로 투자자들이 몇 번 손해 보면 펀드라는 상품 자체를 불신하게 된다. 결국 운용사와 판매사에 모두 손해다. 이런 투자문화를 바꿔야 한다.”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당장 손님이 펀드에 가입하고 싶다고 하는데 그걸 마다할 은행이나 증권사는 없다. 손님이 돈 싸들고 와서 투자하고 싶다고 할 때는 꼭지다. 반면 ‘무슨 펀드냐’고 외면할 때가 펀드에 투자할 때다. 투자자들이 바르게 투자할 수 있도록 조언할 수 있는 독립 판매회사가 나와야 한다. 언론도 투자를 부추기는 기사는 자제해야 하고. 투자자들도 쌀 때 들어가 비싸게 팔고 나오는 ‘마켓 타이밍 투자’를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어떤 식의 투자가 바람직한가.



 “고점에서 투자하면 5년, 10년이 지나도 원금조차 회복을 못 할 수 있다. 중국펀드를 봐라. 2007년 고점에 펀드 가입한 사람은 아직도 원금이 3분의 1 토막 나 있다. 타이밍을 잘못 맞춰 투자하면 손실이 너무 크다. 타이밍을 맞출 생각을 하지 말고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하거나 싸다 싶을 때 들어오고 적당히 수익 냈다 싶으면 팔아야 한다. 제일 나쁜 투자가 열풍에 휩쓸려 투자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흥분해 투자한다는 것은 비싸게 산다는 의미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다. 열풍이 불었던 중국·브릭스·인사이트펀드 등으로 실제 재미 본 사람 별로 없을 거다.”



 -요즘 펀드 환매가 많다.



 “그림이 뻔히 그려진다. 2008년 시장 급락을 경험하면서 다들 놀랐을 것이다. 그때 코스피 지수 2000 선 위에서 들어온 돈이 최근 빠져나가고 있다. 이러다 2200 선 넘으면 ‘이번에는 다르다’며 다시 펀드에 돈을 넣을 것이다. 그럼, 또 고점에 투자하는 셈이 된다. 지금은 펀드 환매를 말리겠다. 2200포인트에 가면 펀드 가입을 말릴 거고.”



 -주식 전문가로서 올해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이 대표는 2001~2005년 메릴린치증권 리서치 부문 대표 시절,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시장을 가장 잘 보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혔다.



 “상반기까지는 낙관해도 좋다.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비해서는 지지부진할 것 같다. 올해 기대수익률은 15% 정도다. 그렇지만 조금 씁쓸한 장세가 될 것 같다. 시장은 괜찮은데 펀드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결국 외국인만 돈 버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아서다. 업종별로는 수출주를 좋게 본다. 내수주는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



 -좋은 펀드란.



 “많이도 말고 인덱스(기준지수)를 2~3%포인트씩 꾸준히 앞서는 펀드가 좋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선 이 정도 수익률로는 투자자들 눈에 띄지 않는다. 인기를 끌려면 극적인 수익률을 내야 한다. 그래서 한국에 유독 집중 투자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하락장에서 시장보다 못 하는 건 용서해도 상승장에서 시장을 앞서지 못하는 건 용서하지 못한다.”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금은 절대 펀드를 환매할 때가 아니다. 투자할 때다. 해외펀드 가운데선 중국펀드를 좋게 본다. 지금 중국 주식이 매우 싸다. 10년 전 가격이다. 그간 충분히 속 끓였다고 무조건 외면하지 말고 투자가치를 냉정히 따져 봤으면 한다.”





마켓 타이밍 투자



투자 시기를 적절하게 노려 주식이 쌀 때 사서 비싸게 팔고 나오는 투자기법을 말한다. 타이밍에 맞춰 치고 빠지는 단기 투자전략이다. 하지만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마켓 타이밍 투자의 한계로 지적된다. 투자 시점을 잘못 포착하면 한순간에 대규모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이른바 ‘마켓 타이밍 리스크’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장기 투자를 뜻하는 ‘매수 후 보유 전략(Buy & Hold)’이다.





이원기는 …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뱅커스트러스트 펀드매니저, 동방페레그린투신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메릴린치증권 코리아 리서치 헤드 등을 역임했다. 메릴린치증권 재직 시절 코스피 지수가 600~700 선을 맴돌 때 1000을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해 ‘1000 돌파’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KB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2010년부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옛 PCA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있다. 금융 분야 세계 최고 자격증으로 꼽히는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 국내 1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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