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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동장 투신한 곳서 박주선 명함, 통장, 명단 …

중앙일보 2012.02.28 01:47 종합 3면 지면보기
민주통합당 박주선 의원이 27일 국민경선 선거인단 모집 관련 수사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 정론관을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현금과 홍어세트·인삼 등이 포함된 선물 리스트. 한번에 수십만원씩 지불된 영수증. 송금 내역이 담긴 통장. 그리고 민주통합당 박주선 의원의 명함.


선관위, 민주당 국민경선 관련 수사 의뢰

 27일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1동 ‘주민자치센터’의 꿈나무도서관에서 나온 불법선거의 물증이다. 공공장소에서 전직 동장 조모(65)씨의 투신 자살까지 부른 민주통합당 국민경선 선거인단 모집이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광주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박 의원의 명함 588장과 의정보고서, 통장 9개, 선물 리스트 등 60점의 증거를 공개했다. 특히 압수품 중에는 ‘2010·2011·2012년 명절·생일선물 리스트’가 있고, ‘지원 및 지출내역’ 서류에는 현금 500만원이 지역 모임에 지출된 내역이 적혀 있었다. 구청·동주민센터에서만 열람이 가능한 ‘2012년 주민등록 일제정리조사 세대명부’와 산하 사회단체 및 사설 모임의 일정이 표시된 ‘동향보고’ ‘통장협의회 사업추진 내역’도 발견됐다. ‘동향보고’란 서류에는 한 차례에 수십만원씩 지불된 식당 영수증이 붙어 있고, 조씨와 다른 사람 명의로 된 통장에는 송금 내역이 남아 있었다.



또 ▶선거인단 모집책과 실적이 표기된 모바일 투표 대상자 선정 실적 ▶계림1동 비상대책추진위원회 명부 ▶총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선정 방법 안내서 등도 발견됐다. 박인선 광주시선관위 홍보과장은 “이런 자료들이 왜 도서관에 있었는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주민자치센터 내에 있는 도서관이 특정 후보를 위한 사조직 사무실로 운영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사무실을 한 곳에만 두도록 하고 선거운동원 범위 등을 규정한 공직선거법(60조의 3, 61조)을 위반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면 정치적·법적으로 모든 책임을 기꺼이 감수하겠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대 후보 측의 과장된 제보와 선관위의 법 절차를 무시한 무리한 조사 또한 투신 사건 발생의 한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국민경선 제도에서 비롯됐다고 토로했다. “선거인단 모집을 통한 국민경선은 이론과 논리적인 측면에서 명분이 있을지는 모르나 현실에선 매우 적용되기 어렵다. 대부분 사람들(예비후보들)이 왜 이런 고통을 우리가 감수해야 되느냐는 얘기를 하면서 민주당은 ‘국민고통당’이 아니냐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당내에서도 국민경선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정장선 의원은 “사무실에 PC와 전화기를 설치하고 특정 후보를 지원하거나 차량까지 동원해 대리 등록하고 있다”며 “허위 사실을 문자로 보내는 등의 사건도 있어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했다.



 박 의원 지역구인 광주 동구뿐 아니라 전북 김제·완주, 전남 장성, 광주 북구 등에서 국민경선 선거인단 모집과 관련해 불법이 발생하면서 ‘호남 물갈이론’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명숙 대표는 “일부가 혼탁한 행위를 보여 당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데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우려를 표한다”며 “후보 박탈 등 모든 강력한 제재 수단을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불법 국민경선 선거인단 모집이 호남 물갈이를 촉발시킬 수 있는 역설적 상황인 셈이다.



강인식 기자



◆박주선 의원=전남 보성 출신으로 광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 출신의 재선 의원.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뒤 16대 총선에서 전남 화순-보성에서 당선됐다. 옷 로비 사건과 나라종금 뇌물수수,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로 세 번이나 구속됐지만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아 ‘3번 구속, 3번 무죄’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18대 총선에서 광주 동구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2010년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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