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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강제 북송, 국제 이슈로 확산

중앙일보 2012.02.28 01:40 종합 6면 지면보기
‘중국의 국제난민협약 준수 촉구집회’가 27일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박선영 의원(왼쪽에서 셋째)과 참가자들이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27일 유엔 무대에서 탈북자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이로써 탈북자 문제는 한·중 양자문제에서 국제문제로 공식적으로 확대됐다.

정부 유엔 인권위 공식 제기



 김봉현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조정관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19차 유엔 인권위 이사회 고위급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탈북자들이 혹독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모든 직접 관련국이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탈북자들을 검거해 강제북송하고 있는 중국 정부를 겨냥한 언급이지만 ‘중국’이라고 직접 거명은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누가 들어도 중국이 대상이란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이라며 “탈북자 문제는 중국 정부가 수용해야 해결될 문제이므로 압박 일변도로 가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언급한 ‘모든 직접 관련국’은 6~7개국에 이른다. 중국과 러시아, 태국과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1990년대 중반 탈북 러시가 시작된 이래 구축된 ‘한국행 루트’에 포함된 나라들이다. ‘관련국들’ 중에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탄압과 고문을 받을 것이 뻔한데도 강제송환 조치를 하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또 중국처럼 탈북자들을 ‘불법 월경자’로 규정하는 나라도 없다.



 같은 주변 강대국인 러시아는 중국과 많이 다르다. 위성락 주러시아 대사는 27일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탈북자 문제는 러시아에서 먼저 생겼다”며 “그러나 한·러 간에는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만들어 낸 공식이 작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재외공관장 회의를 위해 일시 귀국한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93~94년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러시아에 체류하던 북한 근로자들이 한국행을 원하면서 한·러 정부 간 탈북자 현안이 대두됐다”며 “유엔난민기구(UNHCR) 러시아 사무소가 많은 역할을 해 탈북자들이 서울로 올 수 있는 통로를 양국이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에서 한국행을 원한 탈북자들이 강제북송 위협이나 인권유린 없이 한국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위 대사는 “2000년 1월 중국을 거쳐 러시아로 갔던 탈북자 7명이 중국으로 다시 보내진 뒤 북송된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인도주의라는 큰 원칙 아래 잘 대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김봉현 조정관은 “인간의 기본 권리에 속하는 자유와 생존을 찾아나선 많은 탈북자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박해가 기다리는 곳으로 강제송환될 위험에 처해 있다”며 “탈북자는 정치적 고려의 문제가 아니라 인도적 고려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회의에서 일본의 군대 위안부 문제도 거론했다. 김 조정관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어난 조직적인 강간과 성노예 문제는 인도주의에 반하는 죄”라며 “희생자들을 위한 실효적인 구제조치 및 배상, 가해자에 대한 법의 심판”을 촉구했다. 역시 ‘일본’을 거명하진 않았다.



 ◆북송 반대서명 17만 명=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14일째 열리고 있는 오후 2시 집회엔 이날 시민 400여 명이 참석했다. 또 대북인권단체인 ‘내 친구를 구해주세요’가 추진하는 탈북자 북송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www.savemyfriend.org)엔 이날까지 17만여 명이 참여했다. 단체 대표 김지유(26)씨는 “100만 명의 서명을 받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등에게 연명부를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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