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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에게 칼이 있다면 가느다란 줄에 달려 자기 머리 겨누는 칼뿐

중앙일보 2012.02.28 01:40 종합 6면 지면보기
양승태(사진) 대법원장이 27일 “법관의 칼은 그리스신화 속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cles)’”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장에서다.


양승태 대법원장, 판사회의 이후 첫 공개 발언

 양 대법원장은 “법관에게는 재판 권능이라는 막중한 권한이 주어지지만 그건 마음대로 휘두르는 권력의 칼이 아니다”며 “법관에게 칼이 있다면 가느다란 한 가닥 말총에 매달려 천장에서 우리의 머리를 겨누고 있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일 그 가닥에 조그만 상처라도 생긴다면 언제라도 칼이 법관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양 대법원장은 서기호 전 서울북부지법 판사의 재임용 심사 탈락과 잇따른 판사회의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발언했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절박한 위험’을 뜻한다. 그동안 사법부 내 혼란을 겨냥한 듯한 발언이다.



 다모클레스는 기원전 4세기께 시칠리아섬 도시국가를 다스리던 디오니시우스왕의 신하였다. 항상 왕의 권력과 부를 부러워하던 그에게 왕은 하루 동안 자리를 내줬다. 향기로운 술과 음악에 빠져 있던 다모클레스는 무심코 천장을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단 한 가닥의 말총에 매인 날카로운 칼이 머리 위에서 달랑달랑 하고 있었던 것이다. 디오니시우스왕이 “나는 이처럼 늘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산다. 왕의 권좌가 이런 것”이라고 하자 그제야 깨닫고 잘못을 뉘우쳤다는 것이다. 또 1961년 9월 25일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 도중 ‘핵무기’를 인류의 머리 위에 걸려 있는 다모클레스의 칼에 비유한 적도 있다. 양 대법원장은 법관의 책임과 의무가 엄중함도 지적했다. 그는 “법관은 단순히 법리적 결론을 내리는 직장인이 아니라 재판받는 사람의 눈에는 마치 신적(神的)인 존재로까지 비칠 수 있다”며 “법관은 성직자와 같이 그 직분에 걸맞은 고도의 소명의식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완벽하게 무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대법원장으로서 법관들이 재판의 독립을 굳건히 지킬 수 있도록 어떠한 외풍도 막아 내는 버팀목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재판에 대한 비판과 법관에 대한 인신공격에 유감을 표시하면서다.





◆다모클레스의 칼=기원전 4세기께 시칠리아 디오니시우스왕이 자신의 신하 다모클레스에게 “왕좌(王座)란 한 가닥 말총에 매인 칼이 머리 위를 겨누고 있는 것”이라고 한 말에서 유래했다. 권력을 가진 자는 늘 경계해야 하고, 부와 영화 속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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