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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인사동인지 … 도쿄 인사동인지 …

중앙일보 2012.02.28 00:49 종합 24면 지면보기
2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매장 앞에서 종업원이 홍보 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앞에 놓인 매대엔 원산지가 불분명한 기념품이 쌓여있다. 최근 인사동엔 화장품 가게 같은 일반 매장들이 속속 들어서는 등 문화지구 지정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영선 기자]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전통거리’인 인사동길.

80~90%가 물 건너 온 저가 제품
관광객들 한국 제품으로 알아
서울시, 금지 업종 확대 추진



 기념품 판매점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던 필리핀인 세리오 산티아고(29)가 조각천을 이어 붙여 만든 3000원짜리 필통을 골랐다. 그는 “한국의 전통 물건이라 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구입한 제품의 비닐 포장지 한쪽엔 조그맣게 ‘한국산·Made in China(중국산)’라는 황당한 원산지 표시가 돼 있었다. 다른 제품들을 둘러봐도 비슷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인사동에서 팔리는 전통 기념품의 80~90%는 중국산”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종로2가에서 인사동길로 들어서는 길목에선 일본어와 중국어로 관광객을 부르는 화장품가게 여종업원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이 길목엔 일본산 중저가 화장품부터 국산 중저가 화장품까지 11개의 화장품 가게가 마치 도열하듯 양쪽에 줄지어 있다. 중저가 화장품이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의 선호 쇼핑아이템으로 인기를 끌면서 앞다투어 이곳에 자리 잡은 것이다. 회사원 김모(29)씨는 “전통거리 입구가 온통 화장품 가게와 호객하는 소리로 채워지는 건 정말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거리인 인사동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시와 종로구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27일 종로구 건의로 관련법(문화예술진흥법, 식품위생법 등)과 조례(서울시 문화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사동을 점령한 저가 외국산 기념품과 화장품 가게들을 정비하기 위해서다.



 인사동은 200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화지구로 지정됐으며 종로구 인사·낙원·관훈동 일대 17만5743㎡ 규모에 달하는 전통문화 특화지역이다. 주말엔 하루 관광객 수가 10만 명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인사동 상점들의 기념품은 전통문화를 알리자는 취지에 맞지 않게 값싼 중국산 제품이 대부분인 지 오래다.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문화지구의 지정 목적을 해칠 우려가 있는 영업 또는 시설을 금지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 법을 근거로 조례에 외국산 저급 문화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조항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또 화장품 브랜드 매장 등 문화지구 지정 취지에 맞지 않는 업종을 금지 업종에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종로구 문화공보과 김유철 주무관은 “문화지구 조례를 만들 당시엔 화장품 매장을 금지 업종으로 고려하지 못해 입점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과 조례 등을 개정해도 이미 영업 중인 매장을 강제로 철수시킬 방법은 없어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또 특정국가의 상품 판매 제한은 또 다른 분쟁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서노원 서울시 문화정책과장은 “기념품의 원산지 표시 강화나 보호해야 할 전통 매장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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