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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을 기다렸다, 메릴 스트리프! 그녀는 ‘철의 여인’

중앙일보 2012.02.28 00:45 종합 26면 지면보기
제 8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은 마거릿 대처를 연기한 메릴 스트리프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에 황금 빛깔의 기품있는 드레스를 입고 나온 그는 영화관계자와 선후배 배우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았다. 스트리프는 “남편과 30년 동안 같이 일해온 스타일리스트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AFP=연합뉴스]


이변은 없었다. 누구도 메릴 스트리프(63)의 대세론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마거릿 대처 역할로 두 번째 오스카 여우주연상 … 역대 최다 17차례 후보 올라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스트리프가 예상대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철의 여인’에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실물 이상으로 연기했다는 극찬을 받았던 그다. 스트리프는 막판까지 경쟁했던 ‘헬프’의 비올라 데이비스,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의 미셸 윌리엄스 등을 제쳤다.



 시상대에 선 스트리프는 기립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여유 있게 농을 던졌다. “제 이름이 불려졌을 때, 미국 전체가 ‘이럴 수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이 느껴졌어요. 또 다시 그녀라니….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그는 ‘철의 여인’으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베를린 국제영화제 명예황금곰상,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등을 휩쓸었다.



 스트리프는 그간 아카데미에서 주·조연상을 포함해 모두 17차례나 후보에 올랐다. 남녀 배우를 통틀어 최다 기록이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유독 그에게 인색했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79)’로 여우조연상, ‘소피의 선택(1982)’으로 여우주연상을 안긴 후, 지난 30년 동안 트로피를 내주지 않았다. 2년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진행자 스티븐 마틴이 “스트리프는 가장 많이 오스카 후보에 오른 여배우이지만, 가장 많이 수상에 실패한 배우”라고 말하기도 했다.



 긴 기다림을 깨고 아카데미가 그의 이름을 부른 것은 마거릿 대처라는 묵직한 인물을 스크린에 그대로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는 대처 전 총리처럼 보이기 위해 코를 만들고 가발과 보철을 착용했다. 걸음걸이, 제스처, 말투 등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강인한 리더십 뒤에 숨겨진 고뇌하는 한 인간의 얼굴을 잘 그려냈다. 뉴욕타임스는 “실제 대처보다 더 대처 같다”는 호평을 실기도 했다. ‘철의 여인’은 이날 분장상을 받았다.



 스트리프는 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마치 30년 전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젊은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이번에 함께 후보에 오른 두 후보-루니 마라(26)와 미셸 윌리엄스(30)가 태어나기도 전이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1977년 ‘줄리아’로 영화에 데뷔한 스트리프는 지난 35년 동안 장르와 배역을 가리지 않고 빛나는 연기를 선보였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1996)’, ‘어댑테이션(2003)’,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7)’ 등 그의 필모그래피는 할리우드 영화사의 한 단면이다. 예순을 훌쩍 넘겼지만 ‘영원한 현역’으로 많은 여배우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다시는 이 곳에 서지 못할 것 같아 감사 드리고 싶은 분들께 인사를 다 전해야겠다”고 했지만 이에 선뜻 동의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스코세이지의 수모=올해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3D영화 ‘휴고’는 촬영상·시각효과상·미술상·음향편집상·음향상 5개를 가져갔다. 하지만 작품·감독상 등 노른자위는 프랑스영화 ‘아티스트’의 차지였다.



 여우조연상은 ‘헬프’의 옥타비아 스펜서(40)가 받았다. 스펜서는 백인 주인집 화장실을 썼다는 황당한 이유로 해고된 흑인 가정부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봉준호 감독의 다음 작품인 ‘설국열차’에 출연할 예정이다.



 이날 시상식의 테마는 ‘영화의 역사’에 대한 오마주(경의)였다. 8차례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을 맡았던 빌리 크리스탈이 2004년 이후 8년 만에 돌아와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했다. 또 ‘태양의 서커스팀’은 영화의 역사를 소재로 현란한 아크로바틱 공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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