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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칼럼] “문제는 안보다, 이 바보야 !”

중앙일보 2012.02.28 00:00 종합 35면 지면보기
문창극
대기자
조선 역사 가운데 가장 부끄러운 부분이 당쟁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그것이 오히려 왕권을 견제할 수 있었다고도 하나, 결국 당쟁으로 조선은 멍이 들었고 그 끝은 나라의 멸망이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명나라로 쳐들어가겠다며 길을 내달라고 위협하자 조선은 그가 과연 어떤 인물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김성일·황윤길 두 사람을 통신사로 일본에 보냈다. 그들의 귀국 보고는 정반대였다. 부사 황윤길은 “그 눈빛이 번쩍이는 것이 재주와 용맹이 있는 사람 같더라”고 말한 반면 정사 김성일은 “그 눈이 쥐눈 같아 족히 두려울 것이 없다”고 보고했다. 한 사람은 전쟁 임박론을 말했고, 다른 사람은 태평성대론을 주장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김은 집권세력인 동인이었고, 황은 반대세력인 서인이었다. 만일 서인 말대로 따라가면 동인은 권력을 내놓게 되리라는 계산 때문에 반대의 주장을 편 것이었다. 그들은 나라의 운명보다 ‘내가 속한 당파가 어떻게 될 거냐’에만 관심이 있었다.



 선거를 앞두고 요즘 벌어지는 행태를 보면 조선시대와 비슷하다. 국가 안위가 걸린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나 진보·보수가 있을 수 없다. 나라의 안보가 이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면 임진왜란을 앞두고 다투었던 동인·서인과 무엇이 다를까. 민주통합당이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나섰다. 제주도가 ‘평화의 섬’인데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제주도가 전쟁의 위협에 휘말리게 된다는 논리다.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다. 말로 평화를 외친다고 평화가 지켜지는 것일까? 평화는 힘이 있어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노무현 대통령도, 당시 총리였던 한명숙 야당 대표도 국가전략상 제주기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가 가까워 오자 바로 그 사람들이 말을 뒤집고 있다. 동남아 모든 나라가 중국의 해군력 팽창이 두려워 이에 대비하느라 야단인데 그들은 왜 이미 시작된 기지 건설까지도 중단하자는 것일까. 중국의 항공모함이 우리의 서해·남해를 휘젓고 다닐 날이 바로 코앞에 닥쳤는데도 그들 눈에만 그것이 보이지 않는 걸까? 안보를 튼튼히 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왜 언제나 쌍지팡이를 들고 반대하는 것일까?



 한·미 FTA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비슷한 내용으로 EU와 FTA를 맺었을 때 그들은 문제 삼지 않았다. 유독 한·미 FTA만 반대한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사실은 특정조항이 아니다. 한·미 간의 협정 자체가 못마땅한 것이다. 보수가 친미라고 하니 진보는 반대로 나가야 하기 때문일까.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팽창하고 있다. 그런 중국이 진정한 우리의 우방이 될 수 있느냐 여부의 판단은 안보상 매우 중요하다. 지금 중국의 행태를 미루어 보건대 그 전망은 매우 부정적이다. 그들은 국제협약을 무시하고 우리의 반대를 무릅쓰면서 탈북자를 강제송환시키고 있다. 이 같은 안하무인의 태도는 그들의 힘이 강해질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다. 우리로서는 중국에 대한 견제카드를 만들어 놓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중국이 힘으로 나올 때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미국의 힘이 필요하다. 미국을 붙잡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이런 국제정치 논리를 외면하고 진보는 왜 미국과의 관계를 무조건 허물려고만 할까.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는 국내 문제에서는 비록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나라 안위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조선말 고종 때처럼 친중·친미·친러·친일파로 갈라져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우리 스스로 먼저 국가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가 속한 집단이익보다 나라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복지를 더 확대하거나 줄이는 문제는 살아가면서 얼마든지 우리끼리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안보 문제만은 그럴 수 없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성을 쌓을 때가 있고, 쟁기를 들 때가 있는 것이다.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사태가 오기도 한다. 국방에는 경제력이 핵심이다. 안보의 눈으로 본다면 분에 넘치는 복지확대나 무조건적인 대기업 때리기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안보는 선거이슈로 부상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라의 근본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나라는 이미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천안함이 공격을 당해도 우리는 그 분노조차 집약시키지 못하는 나라로 변해 버렸다. 지금 모두의 관심은 복지에 쏠려 있다. 특히 야당은 복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안보 문제는 슬쩍슬쩍 건드리는 식이다. 선거에 유리하다 싶으면 더 나가고, 불리하면 거둬들이고 있다. 안보는 그렇게 치고 빠지는 대상이 아니다.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안보 문제에 대한 철저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야당은 안보에 관한 자신의 입장이 무엇인지 당당하게 밝혀야 하고, 여당 역시 이 문제를 더 깊숙이 파고들어야 한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이 나라 안보가 어떤 위기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지 아무도 모른다. “문제는 안보다, 이 바보야!”



문창극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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