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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캠퍼스 채식 열풍 … 서울대 구내 ‘채식뷔페’ 벌써 2호점

중앙일보 2012.02.27 05:25 건강한 당신 1면 지면보기
지난 22일 수요일 낮 12시 30분. 점심이 시작된 서울대 학생식당 안 채식뷔페 코너엔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100여 명의 학생·교직원들로 꽉 차 있는 식당 한 편에 서울대 채식동아리 ‘콩밭’ 회원이 모였다. 2년 전 이 식당을 만든 사람들이다. 오래전부터 ‘나홀로’ 채식을 실천해 오다 우연히 외부 인터넷 카페서 만나 서로 알게 됐다. 그 후 5~6명이 모여 2009년 ‘콩밭’을 만들었고, 현재 회원 수가 200명 정도로 늘었다. 이들은 대내외 채식 홍보활동을 하며 학교 측에 채식 식당을 만들어 달라고 꾸준히 건의했다.

서울대 채식동아리 콩밭 회원들(가운데 강대웅 회장)이 교내 채식뷔페 식당에서 버섯탕수육·메밀국수·해초무침 등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그들은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데 채식 실천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김수정 인턴기자]

처음엔 채식에 대한 수요가 없을 거라며 고사하던 학교 측은 채식 전문 식당 개점과 함께 ‘대박’이 터지자 작년 여름 교내 채식 식당 2호점을 열었다. 콩밭 강대웅 회장(31)은 “식당을 찾는 일반인도 늘면서 채식인에 대한 오해도 줄었다. 건강도 지키고 환경도 보호하는 채식은 현대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식생활”이라고 말했다.

 채식 열풍이 거세다. 그것도 불과 1~2년 사이 급격히 퍼지는 추세다. 서울대와 한양대·건국대에 채식 동아리가 생기는가 하면 직장 구내 식당서도 채식 코너가 생겼다. NHN(네이버)은 지난해부터 ‘마크로비오틱(곡물·채소의 뿌리·껍질까지 모두 이용해 만드는 식단. 고기 사용은 금한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식보다 1.5배 정도 비싸지만 늘 준비된 분량이 다 나간다.

 채식을 실천하는 의사 모임도 생겼다. 의사·치과의사·한의사 300여 명으로 구성된 베지닥터는 지난해 5월 발기대회를 열고 대국민 홍보 활동을 시작했다.

 연예인도 채식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한우 홍보대사를 맡았던 가수 이효리 씨는 돌연 작년 8월 채식을 선언해 화제가 됐다. 몸짱 연예인 미스코리아 이하늬 씨와 송일국 씨를 비롯해 김창완·김제동·윤진서·정소녀 씨도 최근 채식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채식주의자가 느는 까닭을 문화 수준 향상과 결부 짓는다. 베지닥터 유영재 회장(치과의사)은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 채식을 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하는 수준이라 들었다. 톰크루즈·브래드피트·안젤리나졸리·기네스펠트로 등 유명 스타는 물론 스티브잡스·아인슈타인, 심지어는 육상선수 칼루이스도 유명한 채식인이다. 건강 문제도 있지만 사회지도층, 또는 유명인사로서 가져야 할 문화양식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식실천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자 채식 카페 회원도 늘었다. 채식인이 가장 많이 가입한 한울벗채식나라 카페 회원 수는 최근 1~2년 사이 급격히 늘어 현재 5만 명을 넘어섰다.

 외식도 쉬워졌다. 근 2~3년 사이 채식 전문 식당이 급격히 늘어 서울만 해도 100여 곳이 성업중이다. 종류도 한식에 국한됐던 것이 중식·이탈리안식·미국식(수제햄버거 등) 등 다양해졌다. 근처 채식 식당을 찾아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생겼다.

 가정에서도 채식 요리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 고기 대신 버섯·콩·두부 등을 갈아 만든 함박스테이크나 돈까스·밀불고기·콩고기·탕수만두 등 냉동식품을 배달해 먹을 수 있다.

 채식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 때문이다. 베지닥터 황성수 박사(대구의료원 신경외과)는 “현대에 와서 새롭게 생긴 질병, 즉 암·심혈관질환 등은 동물성 지방 섭취가 원인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동물성 지방은 체내 세포 DNA 변이를 일으켜 암 발생을 촉진한다. 채소는 반대로 세포 변형을 막는 역할을 한다. 1997년 미국 예방의학저널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육식하던 사람이 채식을 하면 유방암 위험이 20~30% 떨어졌다. 대장암·전립선암 발생위험도 현저히 줄었다(2003년 미국영양학회지).

 혈압도 낮춘다. 채소에 많이 든 칼륨이 나트륨 흡수를 막는 역할을 한다. 심장병도 예방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 이송미 박사는 “포화지방은 대부분 동물성 식품에만 들었는데, 이들이 혈관에 찌꺼기를 축적시켜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채식 햄버거
세계적 의학지 랜싯 최신호에 따르면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채식위주의 식이요법을 실시한 결과 체중·콜레스테롤이 감소한 것은 물론 환자의 82%가 관상동맥 협착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토피 등 피부질환 예방 효과도 있다. 2001년 미 아토피학회지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아토피 환자군에 두 달간 채식을 시켰더니 아토피 점수를 나타나는 ‘SCORD’ 수치와 아토피 피부염증세포인 호산구 수치가 유의하게 줄었다. 채식베이커리 러빙헛 이호상 대표는 “아토피 환자 중에 우유·버터·계란이 들어간 일반 빵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난다는 분이 많은데, 채식 빵을 먹으면 그런 현상이 없고, 속도 편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생리통도 줄인다. 황성수 박사는 “생리 중 자궁 내막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 통증을 일으키는데, 채식에 풍부한 글로불린이 프로글란딘 생성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그밖에 섬유소가 부족해 생기는 장 질환이나 게실염, 지방섭취가 많아 생기는 담낭결석·신장질환 등도 채식으로 예방·완화할 수 있다. 전체 섭취 칼로리가 줄어 비만 예방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환경 보호 때문에 채식을 실천한다는 사람도 많다. 강대웅 회장은 “온실 가스의 51%가 식용 동물 사육에서 생긴다. 자동차를 줄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인데 산업간 이해 관계 때문에 무시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인하대 식품영양학과 최은옥 교수는 “고기 섭취를 줄이는 게 심장병·암 위험을 낮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전혀 먹지 않으면 고기에서 더 얻기 쉬운 일부 영양소 섭취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이금주 영양팀장은 “ 일반인은 채식을 해도 무리가 없지만 환자·임신부·영유아 등은 전문가와 상담한 뒤 채식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식주의자= 원칙적으로는 동물성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사람. 고기·생선은 물론 우유·계란·버터·벌꿀 등 동물에서 비롯되는 모든 음식도 제한하는 가장 높은 등급은 비건(Vegans)이라고 한다. 우유·계란·버터까지만 허용하는 채식주의자를 락토(Lacto), 여기에 계란까지 허용하면 락토 오보(Lacto Ovo), 여기에 또 해산물까지 허용하면 페스코(Pesco)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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