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장 세 번째 홀 진기명기
신지은은 캐디와 상의하더니 퍼터 대신 웨지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한 차례 빈 스윙으로 최저점을 찾아낸 뒤 가볍게 스윙을 했다. 남자 무대인 PGA 투어에서나 볼 수 있는 절묘한 어프로치 샷이었다. 스핀이 제대로 먹은 공은 경사지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듯 곧바로 제동이 걸렸고 홀 측면 1.5m에 멈춰 섰다. 그린 위에서의 웨지 샷은 당구에서 ‘300점 이하 맛세이(수직으로 찍어 치기) 금지’처럼 주말 골퍼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린에서 퍼터 대신 웨지를 쓰는 건 PGA 투어에서 가끔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자 무대에서는 흔치 않은 장면이다. 신지은은 이 한 방의 샷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아쉽게 생애 첫 승을 놓쳤지만 배짱만큼은 챔피언이었다.
최창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