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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 대통령 묻혀계신데…" 盧 고향 가보니

중앙선데이 2012.02.26 02:43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4·11 총선 앞둔 親盧 성지 김해을 르포

김태호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지난 20일 김해시 장유면 무계시장을 찾아 상인과 악수하고 있다(위). 김경수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는 19일 김해시 주촌면 주촌초등학교에서 축구동호회원들을 만나 지지를 부탁했다. [김태호ㆍ김경수 예비후보 측 제공]




  23일 오전 10시50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친노(친노무현)의 성지인 이곳에서 만난 주민 강순남(64ㆍ여)씨는 기자가 선거 민심을 묻자 화부터 냈다. “(국회의원에 당선시켜) 올려보내면 다 똑같은기라. 그놈의 정치는 올라가면 멱살 잡고 최루탄 던지고, 돈봉투 받고…. 다 뭐 하는 짓이고.” 그럼에도 강씨는 “아무래도 예선 어데로 가겠습니까. 코앞에 우리 대통령님이 묻혀 계신데예…”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차로 20여 분 떨어진 진영읍. 상점 골목의 한 미용실에 들어서니 동네 할머니들이 모인 사랑방이다. 최안자(68)씨는 “여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막상막하”라며 “젊은 사람들은 바람을 탄다지만 우리 할매·할배들은 옛날에 했던 게 머릿속에 있다 아이가”라고 했다.

 

친노의 상징이자 부산ㆍ경남에 몰아치는 노풍(盧風)의 출발점인 김해을 선거구. 지도를 펼치면 오른쪽으론 문재인 후보가 출마한 부산 사상구와 문성근 후보가 뛰어든 부산 북-강서을이 붙어 있다. 민주통합당이 내건 PK(부산ㆍ경남) 낙동강 벨트다. 이곳에서 민주통합당이 승리하면 노풍의 경남 확산으로 이어지고, 새누리당이 승리하면 PK 노풍의 심장을 정지시킨 게 된다. 이기는 쪽이 향후 대선까지의 경남 민심의 고지를 점령한다. 문재인 후보로선 자기 지역구뿐 아니라 이곳에서도 이겨야 반쪽의 승리를 피한다. 반대로 한때 문재인 후보의 대항마로 사상구 차출설까지 돌았던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은 재선에 성공하는 순간 PK 출신 대선 주자급으로 부상할 기반이 마련된다.



민주통합당에선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전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부 본부장과 곽진업 지역위원장이 치열한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김태호 의원에 이어 황전원 예비후보가 뛰어들었다. 일단 여론의 관심은 김태호 후보와 김경수 후보에게 쏠린다. 지난 13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와 21일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선 김경수 후보가 김태호 후보를 각각 6.9%· 10.3%포인트 앞섰지만 24일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선 김태호 후보가 김경수 후보를 10.6%포인트 앞섰다. 그럼에도 세 조사 모두 정당 지지도에선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을 눌렀다.



24일 오전, 5일장이 열리는 장유면 무계리의 장유재래시장. 옷 수선집에서 만난 상인 신모(76)씨는 “김경수가 비서관 한 것밖에 더 있나”라며 “인물은 도지사도 하고 총리 후보까지 오른 태호가 제일 낫제”라고 했다. “(지역의 숙원사업이던) 제2 창원 터널도 태호가 오는 바람에 빨리 개통되는 것 아이가”라고 했다.



하지만 진영읍에 거주하는 정건영(30ㆍ회사원)씨는 “새누리당은 많이 안 좋다고 봐예”라며 “술자리 하면 새누리당 비판 일색인기라. 민주당 쪽으로 많이들 생각하고 있지예”라고 말했다. 박영태 김해 YMCA 사무총장도 “김해에선 지금 김경수 바람이 조금씩 일고 있다”며 “김경수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만큼 노 전 대통령 고향을 책임질 정통성을 갖춘 최적 후보가 아니냐는 여론도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해을의 민심은 세대 대결로도 전개되는 양상이다. 50대 이상에선 새누리당을 비판하면서도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드러나는 반면 2030 세대에선 현 정부와 여권에 대한 불만과 함께 ‘노무현의 추억’이 힘을 발휘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김경수 후보와 김태호 후보의 선거운동은 바람 확대 대 바닥 훑기의 양상으로 전개된다. 지난 23일 오전 김경수 후보는 진영읍 상가 골목을 돌며 공손하게 주민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있었다. 주홍색 점퍼 차림의 그가 걸친 어깨띠에도, 그가 돌리는 명함에도 모두 ‘노무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 김경수’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바람의 시작’을 구호로 삼은 노풍 확산 전략이다.

김경수 후보를 그날 오후 장유면의 선거사무실에서 다시 만났다.



“김경수가 노무현 고향 지킬 적임자”

-비서관 경력만으론 김태호 후보는 물론 경선을 치를 곽진업(전 국세청 차장) 후보에게도 밀린다.

“경력만 따져 투표하면 기존 정치인이 다 당선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은 경력 못지않게 한결같은 정치인을 원한다. 끝까지 서민을 위한 정치 인생을 걸어가신 그런 대통령님에게서 정치를 배웠으니 ‘배운 대로 하겠습니다’라고 시민들께 알리고 있다. 경선도 만만치 않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지역 발전 대신 바람 선거에 주력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지역 발전은 의원 한 명이 민원 한두 개 해결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참여정부 때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지자체에 내려갔던 그 많은 예산이 지금은 다 어디로 갔나. 예산도 안 주면서 지역 발전을 얘기하면 어불성설이다. 정권교체를 해야 지역 발전이 가능하다.”



-친화력이 김태호 후보에 비해 부족하다.

“(웃으면서) 어찌 김 의원님을 따라가겠나. 하지만 민심은 친화력보다 진정성을 더 요구한다. 민심은 쇼가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해결책을 내놓는 정치인을 원한다. 그건 내가 잘할 자신이 있다.”



김경수 후보는 같은 당 곽진업 후보와의 경선이 관건이다. 지난해 4월 김해을 보궐선거전에 뛰어들었던 곽진업 후보는 권토중래를 노리며 1년 가까이 현장 조직을 다져 왔다. 곽 후보는 “경선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이 선거인단을 모집하는가의 경쟁인 데다 저도 노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던 친노 인사”라며 “그동안 김해을에 전력투구했다”고 말했다.



“하던 사람 계속하는 게 지역에 안 낫겠나”

다음 날 오전 7시 김태호 후보가 김해시 외동 한국 아파트 사거리에 나타났다. 5분간 세어보니 그가 내달리는 차량에 90도로 허리를 굽힌 인사가 102번이었다. “허리가 아프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시선을 차들로 향한 채 “하루 5000배로 시작한다. 운전자들이 손을 흔들어주시면 허리에 마치 마취 주사를 놓은 것처럼 아픔이 사라진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감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곳은 야당 지역인 데다 여당과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까지 더해져 어려움이 많다. 정부와 당이 열심히 했지만 아랫목만 따뜻했지 서민의 윗목까지 데우지 못했다. 그래도 김해에선 심판보다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가 더 높다. 김태호가 적임자임을 알리고 있다.”



-낙동강 벨트에 부는 야당 바람을 버텨낼 수 있겠나.

“옳은 바람이 아니다. 민심 이반의 반대급부로 만들어진 바람이지 야당이 새로운 희망을 주는 데서 나타난 바람이 아니다. 민주통합당이 나라를 걱정한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지를 주장할 수 있겠나. 민주통합당은 미래 대안 세력이 될 수 없다.”



-친화력이 강한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진영읍에서 만난 한 60대 할머니는 “김태호 의원이 덥석 악수를 청하더니 ‘누님’이라고 불러 놀랐다”고 말했다.)

“친화력이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처절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어데 가서 연설하기 전날 침대에 누우면 내일 만나는 분들과 어떻게 공감할지 밤새 고민한다. 친화력도 없으면서, 그런 노력도 안 하면서 내 정치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면 그건 난센스다.”



인제대 김성수(정치학) 교수는 “지난해 4월 보궐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백중지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 작용하는 민주통합당의 강세 지역임에도 지난해 4월 보궐선거 때 역전극을 만들어낸 김태호 후보의 뒷심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해=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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