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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A, B 학점 … 로스쿨 성적 뻥튀기 꼼수

중앙일보 2012.02.23 01:10 종합 20면 지면보기
전국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가운데 주요 로스쿨이 졸업생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성적을 인위적으로 부풀렸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졸업생 취업률 높이려 변칙 학점 배분, 재수강 허용
서울대 학사경고자 2명뿐

 22일 법조계와 대학 등에 따르면 서울대 등 주요 로스쿨은 변칙적 장치를 통해 ‘성적 인플레’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학사관리 방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2010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높게 책정되면서 변호사 양산이 우려되자 로스쿨협의회에서 “학사관리를 엄정히 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로스쿨들은 A(25%), B(50%), C(21%), D(4%) 등의 비율을 정해 학점을 배분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점 배분·학점 포기 등의 방식으로 이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대 로스쿨은 실제 수강인원이 아닌 최초 수강신청자 수 기준으로 학점을 배분함으로써 낮은 학점을 받는 인원을 줄이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대 로스쿨은 특정 수업을 50명이 들었더라도 학기 초 100명이 수강신청을 했다면 최초 신청자 수인 100명을 기준으로 학점을 배분한다. 50명을 기준으로 할 경우 C학점 이하가 약 12명(25%)은 나와야 하지만 100명을 기준으로 하면 실제로 수업을 들은 50명이 모두 A 또는 B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새누리당 주광덕 의원실이 공개한 ‘법학전문대학원 학사관리 강화 방안에 따른 학사경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 415명 가운데 학사경고를 받은 학생은 2명(0.48%)뿐이었다. 학사 경고 대상은 ‘평균 학점 2.0 이하’에 해당하는 학생이다.



 이 같은 학사경고 비율은 전국 최저 수준으로 25개 로스쿨 평균인 4.69%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전북대는 233명 중 18명(7.73%)이 학사경고를 받아 서울대의 16배에 달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로스쿨 성적 부여 방식은 학부 관례를 따른 것”이라며 “수강신청 취소가 많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적 인플레’는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대는 최초 수강신청자 기준 학점배분을 하는 대신 재수강 제도가 없다. 반면 대부분의 로스쿨은 C학점 이하에 대해 재수강을 허용하고 있다. 한 로스쿨 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성적이 안 좋으면 같은 강의를 다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재수강이야말로 ‘성적 바꿔치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등 미국 로스쿨에서는 성적이 나쁠 경우 학장 주도로 재수강을 명령한다. 재수강이 일종의 징계 개념인 것이다. 또 성적표에 원래 성적과 재수강 성적을 둘 다 기록한다.



 이와 함께 고려대·이화여대 등이 시행하고 있는 학점포기제도 논란의 대상이다. 학점포기제는 졸업을 앞두고 낮은 학점을 털어버린 뒤 쉬운 과목을 들어 학점을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로스쿨협의회 관계자는 “성적이 법원·검찰에 들어가거나 로펌 등에 취업하는 데 있어 기초 자료가 되는데다 학교의 명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 로스쿨이 학점 부풀리기 경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적을 어떻게 매기고 배분하는지는 각 학교가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할 사안이지만 조만간 협의회 차원에서 통일된 성적 기준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원엽·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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