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속 좁은 남자 질색 … 하정우씨는 마음 깊어요”

중앙일보 2012.02.23 00:28 종합 27면 지면보기
공효진의 검지손가락에 있는 문신은 평화를 상징한다. 그는 “당당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뜻이다. 연기할 땐 화장이나 반지로 살짝 가린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9일 개봉하는 영화 ‘러브 픽션’(전계수 감독)은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찌질한’ 심리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 남성 관객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거 내 얘기네’라는 공감의 폭도 클 터다. 이른바 ‘남성 연애보고서’다.


영화 ‘러브 픽션’ 공효진

 무명작가인 주월(하정우)은 영화마케팅을 하는 여자친구 희진(공효진)의 겨드랑이 털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우연히 주워들은 희진의 과거에 대해 온갖 추측을 하며 희진을 ‘헤픈’ 여자로 몰아붙인다. 폭언을 퍼부은 다음 날 후회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두 배우는 실제 연인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친숙한 연기를 펼친다. 여성이라면 숨기고 싶은 곳마저 노출한 공효진을 만났다.



 -출연 결심이 쉽지 않았을 텐데.



 “촬영장에서 겨드랑이에 털을 붙이는 데 남자스태프들이 킥킥대고 웃더라. 시사회 때 보니 숱이 많아 나도 깜짝 놀랐다. 용감하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여배우가 고사했던 배역이다.



 “시나리오가 좋았다. 또 여배우 표현의 금기를 깬 것 아닌가.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이런 역할 두 번 하면 별명이 ‘공블리’(러블리한 공효진)에서 ‘겨블리’가 될 것 같다.” (웃음)



 -남성의 심리가 주요 소재다.



 “남자가 본 여자의 모습만 나올 뿐 여자의 고민과 슬픔은 없다. 그런 연기를 담을 수 없어 답답했다. 그래서 용서 빌러 찾아온 주월을 외면하는 엔딩 장면을 감독에게 제안했다.”



 -주월 같은 캐릭터를 어떻게 보나.



 “그런 속 좁은 남자 싫다. 여자의 과거가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지, 왜 꽁하고 있나. 상상이라지만 애인을 깎아 내리는 것은 등에 칼을 꽂는 행위다. 직설적 여자인 나로선 이해 못한다. 물건을 집어 던지는 행위도 용서 못한다.”



 -주월과 둘만의 언어 “방울방울해”(사랑해)라고 속삭인다. 실제 연인 류승범과는 어떤가.



 “동갑이라 그런 거 없다. ‘야, 밥 먹었냐?’ 한다. 난 애교 없다. 여자의 애교는 상대적인 거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 ‘파스타’ 때는 오빠 배우들과 해서 애교 연기가 가능했다.”



 -희진은 주월을 누나처럼 참아주는데, 실제로도 그런가.



 “승범이는 예술가적 변덕이 있는 B형 막내다. 나는 확실한 걸 좋아하는 A형 장녀다. 승범의 그런 기질이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난 그걸 인정하고 이해한다. 내가 갖지 못한 에너지니까. 영화에서 희진도 글 솜씨 외엔 아무 것도 없는 주월에게 반하고, 그를 감싸주지 않나.”



 -남녀관계가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영화를 찍고 나니 결혼을 더 냉소적으로 보게 됐다. 결혼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하정우가 시나리오를 제안한 것으로 들었다.



 “그는 꽃미남 전성시대에 나타난 돈키호테다. 주관이 뚜렷하고, 마음도 깊다. ‘최고의 사랑’의 차승원 선배가 완벽주의자라면 정우씨는 즉흥적이고 유연하다.”



 -생명력이 긴 배우 중 하나다. 희진으로 살아보니 어떤가.



 “모자라고 자신감 없는 여자 역할을 많이 해왔는데 도시적이고 잘난 커리어 우먼을 연기해서 행복했다. 영화 속 언쟁을 하는 장면에서 너무 흥분해 목 주위에 홍조가 생기기도 했다.”



 -배우로서의 본인 색깔이라면.



 “언제부턴가 여성적 역할 하면 심심하다는 반응을 보이더라. 공효진스러움을 가져가되 다양하게 응용하고 싶다. 다행히 ‘최고의 사랑’으로 배역의 폭이 넓어졌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