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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집으로 날아온 화장품 샘플 … 내가 건성피부인지 어떻게 알았지?

중앙일보 2012.02.23 00:26 경제 4면 지면보기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리서치 회사인 가트너는 2012년 IT업계 핵심 트렌드로 빅데이터를 꼽았다.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빅데이터 현상이 기업을 경영하고 사업을 영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빅데이터는 비즈니스 현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빅데이터 시대 … ‘당신이 뭘 좋아하는지 기업은 알고 있다’

 김민경(가명·30)씨는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신제품 샘플을 우편으로 받았다. 건성 피부를 위한 기능성 크림이었다. 우편물 안에는 “나이가 들면서 지성 피부였던 사람도 건성 피부로 변한다”며 “얼마 전 피부 트러블 때문에 지성피부용 크림을 환불한 것은 이 같은 변화를 드러내는 징후일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김씨는 며칠 뒤 매장에 방문해 피부 검사를 받은 후 샘플로 받은 제품을 추가로 구매했다.



 이르면 3월부터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화장품·과자 등을 파는 소비재 기업은 일대일 맞춤 마케팅을 벌이기 힘들다. 어떤 제품이 많이 팔리는지는 알 수 있어도 그 제품을 누가 사는지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 정보와 연계된 적금·보험 같은 금융 상품을 파는 기업과의 차이다. 그럼에도 아모레퍼시픽이 일대일 맞춤 마케팅을 도입할 수 있었던 건 빅데이터 덕분이다.





 이는 데이터를 쌓는 데서 시작됐다. 백화점·마트·전문매장·인터넷 같은 유통 채널별로 운영되던 멤버십 카드를 2008년 통합했다. 그리고 고객들의 구매 이력을 3년간 차곡차곡 쌓았다. 기존 시스템으론 저장조차 힘들 만큼 데이터 양이 늘자 지난해 한국IBM과 손을 잡고 본격적인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김치민(37) 아모레퍼시픽 로열티마케팅팀장은 “데이터를 통해 몰랐던 고객의 구매 패턴을 알게 되는가 하면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고객에 대한 감(感)이 맞는지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성과는 아모레퍼시픽이 한 고객을 얼마나 점유하고 있는지 확인했다는 것이다. 똑같이 연간 100만원어치의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라도 전체 화장품 구매액이 100만원인 사람과 200만원인 사람은 다르다. 각기 다른 마케팅이 필요하지만 고객에 대해 알 수 없으니 방법이 없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대 지수’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5세 단위, 구(區) 단위로 모든 고객을 나눴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비슷한 연령대 여성은 소득과 소비 면에서 유사한 성향을 가진다고 전제한 것이다. 그리고 한 그룹에서 연간 구매 금액이 가장 많은 고객을 준거집단으로 잡은 뒤 다른 고객을 구매액에 따라 백분율로 표시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31~35세 여성 중 연간 100만원어치의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사는 여성이 준거집단이면, 70만원어치를 사는 사람은 70%로 표시하는 식이다. 이 고객은 나머지 30%를 타사 제품을 구매한다고 간주하고 마케팅을 벌이겠다는 취지다.



 과거엔 신규·기존·우수 세 단계로 나눴던 고객 분류도 세분화했다. 화장대 지수, 구매 금액과 횟수·구매처·구매 브랜드를 고려해 아모레골드족(최우수고객)에서 마이너리그족(체리피커형 고객)까지 총 11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충성도를 기준으로 한 분류법도 만들었다. 신규·시도·성장·유지·쇠퇴·유보·휴면·이탈, 8단계다. 같은 아모레골드족이라고 해도 쇠퇴기냐 성장기냐에 따라 다른 마케팅을 시도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빅데이터 분석 전 과정에 참여한 장윤정(39) 한국IBM 수석컨설턴트는 “과거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이미지 광고나 제품 할인이 마케팅의 전부였다면 이제 고객마다 다른 마케팅이 가능하다”며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고객이 까다로워지는 만큼 고도화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빅데이터 시장 본격 형성=아직 국내엔 빅데이터를 실제 경영 활동에 접목한 기업은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빅데이터 활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IT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5년간 140억 달러 이상 투자하며 데이터 관련 기업을 20여 개나 인수한 IBM이 국내 시장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IBM의 강점은 정보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와 엔지니어뿐 아니라 관련 비즈니스 컨설턴트까지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상의 문제를 데이터를 통해 어떻게 풀 수 있는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게 한국IBM의 목표다. 데이터베이스 업계 강자인 오라클도 근래 빅데이터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엔 빅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솔루션 ‘오라클 빅데이터 어플라이언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데이터 저장 솔루션과 실시간 분석 엔진 기술을 인수하며 컴퓨터 제조업에서 데이터 서비스업으로 사업을 확장한 HP 한국 법인도 이달 데이터 처리 통합 솔루션을 출시했다. 이외에도 EMC·SAS 같은 글로벌 IT서비스 기업 한국 법인들은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데이터 관련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해외에선 동물원·대학도 빅데이터 활용=국내에선 기업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활용 수요가 생겨나고 있지만 해외에선 정부·동물원·대학 같은 공공 영역으로까지 시장이 커진 지 오래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신시내티 동물원이다. 정부 보조금이 줄면서 지난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6개월여에 걸쳐 입장객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관람객 대부분이 입장료 외엔 돈을 쓰지 않았다. 매출을 높이려 벌였던 수많은 마케팅이 전혀 기능하지 못했던 셈이다. 그래서 모두 폐기했다. 대신 식음료와 상품 판매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아이스크림 가게 매출이 가장 더운 한낮이 아닌 해질 무렵에 가장 높다는 걸 알아내 운영 시간을 두 시간 연장하는 식이었다. 모든 개선 작업이 끝난 3개월 뒤 이곳의 투자 대비 수익률(ROI)은 100%가 됐고, 1년 뒤엔 400%까지 뛰었다.



 2000년부터 10년 사이 인구가 30% 늘며 범죄로 골머리를 앓던 미국의 랭커스터시(市)는 범죄 발생 데이터와 911 신고 전화 데이터를 분석해 경찰 배치 같은 범죄 예방 시스템을 구축했고, 캐나다 맥매스터대학은 각 빌딩의 냉·난방 시설 사용 현황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에너지 비용을 줄였다. 전자 의료 기록 시스템, 암·당뇨병 같은 고위험 환자 그룹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태국 방콕병원은 직원 수를 늘리지 않고도 치료 환자 수를 25%가량 늘리기도 했다.



빅데이터 일반적인 소프트웨어로는 저장 또는 처리하기 힘든 대규모 데이터를 뜻한다. 인터넷과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규모뿐 아니라 다양성과 처리 속도 측면에서 빅데이터를 정의하는 게 일반적이다. 스마트폰 보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전으로 개인들이 데이터 생산에 참여하면서 빅데이터 현상이 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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