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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들, 요즘 그리스 은행주 눈독

중앙일보 2012.02.23 00:19 경제 3면 지면보기
경기 침체 그리스 전당포만 호황?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 1300억 유로를 받아 국가부도는 일단 면했다. 하지만 그 조건은 고강도 긴축이다. 그리스는 지금까지 실시한 긴축만으로도 심한 경기 침체에 빠져 있다. 21일(현지시간) 한 그리스인이 아테네에 있는 전당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아테네 AP=연합뉴스]


“해외 주식 투자는 처음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리스를 보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가 생각나요. 제가 그때 재미 좀 봤습니다. 그리스 주식에 기회가 있지 않겠습니까.”

외환위기 대박 학습효과



 이영훈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사업부 과장에게 지난달 중순 걸려온 전화다. 40대 중반의 이 고객은 그리스 주식을 사고 싶다고 했다. 특히 주가가 많이 떨어진 은행주에는 뭐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 과장은 그리스국립은행·알파은행·EFG유로뱅크에가시아스 등 그리스 3대 은행의 자산과 부채 규모, 수익 전망 등에 대해 설명했다. 한참을 듣더니 “알파은행 주식 3000만원어치를 사 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0.5유로에도 못 미치던 알파은행 주가는 열흘도 안 돼 100% 넘게 올랐다. 그는 3000만원을 더 투자해 그리스국립은행과 EFG유로뱅크에가시아스 주식을 샀다. 그의 주식 평가액은 현재 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리스 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 과장은 “고객들이 유럽 주식 중에서는 LVMH 같은 럭셔리 기업이나 배당을 많이 주는 통신주에 주로 투자했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그리스 주식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22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달 이 회사의 그리스 주식 거래량은 지난해 12월에 비해 8배 넘게 늘었다. 이 과장은 “유로존의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지원 합의로 그리스 시장이 진정 기미를 보이자,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의 대박 신화를 떠올리며 그리스 주식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98년 외환위기 학습효과’ 때문에 그리스 주식 투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알파은행은 올 들어 21일까지 주가가 200% 가까이 상승했다.



 1997년 말, 한국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700선이던 코스피 지수는 300선으로 급락했다. 22일 장중 120만원을 찍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삼성전자도 98년엔 3만원대에서 거래됐다. 당시 펀드매니저였던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폭락장을 기회 삼아 원금 1억원을 1년10개월 만에 156억원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강방천 회장은 “지금의 그리스와 한국의 외환위기는 상황이 다르다”고 단언했다. 그는 “당시엔 원화가치가 반토막이 나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이 회복됐고,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며 “그런데 그리스는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하기가 한국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학습효과



1997년 말, 한국은 외환 자금 부족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국가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는 위기감에 700선이던 코스피 지수는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과감한 구조조정과 금 모으기에 온 국민이 나설 정도로 노력한 결과 한국은 곧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때의 투자 성공담을 경험하거나 지켜본 이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나 최근 유럽 재정위기로 급락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외환위기 학습효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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