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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 세계서 가장 빨리 발표하더니 …

중앙일보 2012.02.23 00:16 경제 6면 지면보기
지난해 8월 1일. 지식경제부는 7월 무역수지 흑자가 72억 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전 기록은 전년 6월의 68억 달러였다. 하지만 보름 뒤 발표된 관세청의 확정치에서 7월 흑자 폭은 63억 달러로 수정됐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후 몇 차례에 걸쳐 47억 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첫 발표 때보다 무려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가 줄면서 ‘사상 최대 기록’도 공염불로 그쳤다.


작년 월 최대 25억 달러 오차
전월 실적 하루 만에 발표
수출 신고 후 취소되거나
금액 변동되는 경우 많아

 지난해 12월의 ‘사상 최대 월간 수출’ 역시 슬그머니 사라졌다. 당초 발표된 수출액이 497억 달러에서 이후 477억 달러로 수정되면서다. 이 과정에서 무역흑자 폭도 40억 달러에서 23억 달러로 줄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12월 수정 폭이 컸던 건 한 업체가 수출액 10억원을 10억 달러로 잘못 기재해 신고한 게 뒤늦게 정정된 탓”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수출입 통계가 크게 수정되는 경우는 상당히 잦은 편이다. 지난해만 해도 무역수지 흑자 폭이 첫 발표 수치에서 10억 달러 이상 줄어든 달이 7월, 12월과 함께 4월(15억 달러), 6월(14억 달러) 등 넉 달에 달했다. 이 때문에 이런 격차가 단순 오류 아니라 지나치게 설익은 통계를 서둘러 발표하는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입 통계는 매달 1일 지경부가 관세청 자료를 받아 속보치를 내고 15일 관세청이 확정치를 발표한다. 시장과 언론의 관심은 먼저 나오는 속보치에 집중된다. 하지만 수치가 확정되는 과정에서 수출액과 무역수지의 변화가 크다. 수출 업체의 경우 수출 신고 후 30일 이내에만 선적하면

된다. 신고 후 수출이 취소되거나, 일정이 연기될 경우 이를 정정하면서 수치가 조정되는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출 촉진을 위해 신고 절차를 간소화한 것도 수입액에 비해 수출액 변동 폭이 큰 원인”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수출 실적의 경우 속보치에는 시간상 제약으로 전달 20일까지 자료만 집계된다. 하지만 수출은 월말에 집중돼 나중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생긴다. 올 1월의 경우 당초 지경부는 미국으로의 수출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3.3% 늘며 호조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미국 경기가 생각보다 괜찮다는 판단을 할만한 숫자다. 하지만 이후 확정치에선 오히려 0.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경부에 따르면 전달 수출입 실

적을 하루 만인 다음 달 1일 발표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지경부 관계자는 “유럽은 통상 발표에 두 달가량 걸리고, 비교적 빠른 일본도 20일이 지나서 발표한다”며 “1일 발표는 1960년대 ‘수출입국’을 표방한 이후 최고 권부에서 직접 수출통계를 챙기면서 시작된 전통”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신속성에 대한 집착이 정부 통계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고 경기 흐름에 대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수출과 무역수지는 국내외에서 모두 주목하는 지표”라며 “통계의 신속성과 신뢰성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무역수지  상품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액. 무역통계는 관세청이 통관기준으로 작성하고 있다. 수출은 본선 인도가격(FOB)으로, 수입은 운임과 보험료가 포함된 가격(CIF)을 기준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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