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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탈북한 그들, 정녕 처형당할 죄인가

중앙일보 2012.02.23 00:06 종합 30면 지면보기
탤런트 차인표씨가 21일 서울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맞은편 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당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차인표(45)씨가 한·중 외교 갈등요인으로 부상한 탈북자 처리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21일 오후 서울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호소문을 발표했다. 드라마 촬영 차 경기도 군포에 있는 그를 22일 전화로 만났다. 차씨의 목소리에선 전날의 결연함과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는 “2008년 개봉한 영화 ‘크로싱’에서 탈북자 김용수 역을 맡으면서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배우 차인표 전화 인터뷰



 - 어떤 계기로 호소문을 발표했나.



 “서울 남산에 있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의 조명숙 교감이 며칠 전 전화를 했다. 중국 당국에 체포돼 북송위기에 처한 탈북자 30여 명 중 학생들의 친인척 두 명이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여명학교 학생들을 후원하며 친분을 쌓아왔고, ‘후원의 밤’ 사회를 보기도 했다. 학생들이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 동료 연예인들은 어떻게 모았나.



 “연예인이기 앞서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개그우먼 이성미씨와 만났다. 뜻을 함께하는 연예인을 모아 호소문을 내자고 했고, 많은 동료들이 동참했다.”



 - 우리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점은.



 “우리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탈북자 문제는 다른 이슈에 밀려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북한에 끌려가 총살당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선량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이다. 국민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면 분명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같은 민족인 탈북자 문제에 우리가 관심을 안 가지면 누가 신경을 쓰겠나. 사람들의 염원이 모이면 기적이 일어난다.”



 - 중국 당국과 중국인에게 간곡히 호소했는데.



 “중국 국민들 중에도 탈북자들의 딱한 처지를 알면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탈북자는 세상에서 가장 약하고 불쌍한 사람들이다. 반겨주는 사람도 없고, 어떤 권리나 자격도 없다. 변호사를 살 돈도 없다. 중국 국민의 양심에 호소했다.”



 - 정치권에 바라고 싶은 것은.



 “탈북자 문제에 좌우가 어디 있나. 사람들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 진보, 보수를 따지지 말자. 정치권도 한 마음 돼서 나서야 한다. 배 고파서 탈북한 게 처형당할 죄인가. 그들을 처형하는 나라로 돌려보내는 것도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인도주의는 정치, 외교보다 상위개념이다.”



 -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탈북자를 돈 벌기 위해 국경 넘은 월경자로 취급한다. 우리 정부는 난민협약을 거론하고 있는데 본질은 그게 아니다. 그들은 돌아가면 모두 죽는다. 그러니까 돌려보내선 안 된다. 어려운 말로 포장하지 마라.”



 - 후속 조치를 생각하고 있나.



 “현재로선 없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기도할 뿐이다. 상황에 따라 양심에 맞게 행동할 것이다.”



 - 연예인들이 더 동참하나.



 “뜻을 같이하는 연예인들이 늘어날 것 같다. 중국에서 인기 많은 연예인들이 동참했으면 좋겠지만, 강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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