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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이들 꿈은 지켜주자

중앙일보 2012.02.23 00:00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상희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
공동대표
최근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자 우리 청소년들의 우상인 이소연 박사의 정계 진출 문제가 화제가 되었다. 새누리당에서 이소연 박사를 이번 4월 총선에 내보내기 위해 전략공천한다는 보도에서 비롯됐다. 수많은 누리꾼이 그의 정치 참여를 우려했고 “우리들의 꿈과 희망인 우주인을 잃고 싶지 않다”는 글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소연 박사 본인이 부인함으로써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만약 이 박사가 정치권에 영입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주는 우리에게 특별한 곳이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밤하늘의 별을 보고, 달에 사는 토끼를 보고 미지의 우주과학을 상상했던 꿈의 공간이었다. 그런 꿈을 현실로 만든 우주인 이소연 박사는 우리 어린이들의 꿈이자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오늘도 수많은 어린이·청소년들이 우주인을 상상하며 우주소년단원이 되고, 모형로켓을 쏘아올린다. 그런데 그 우주인이 정치판에서 이전투구한다면 우리 청소년들의 꿈은 어떻게 될까?



 2003년 중국 최초의 우주인이었던 양리웨이(楊利偉) 중령은 귀환 직후 중국 정부로부터 우주영웅 칭호를 받고 상교(대령)로 진급했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파격적으로 장군으로 승진시켰다. 2억 명이 넘는 청소년들을 과학보급 클럽인 ‘과보(科普)클럽’으로 이끌어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달리 행여 우리 정치계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꿈을 키워주는 젊은 우주인을 정치에 끌어들인다면 어떻게 될까?



 오늘날 영토의 개념은 ‘땅’에서 ‘지식’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지식재산, 특허출원 1위로 부상한 중국은 세계 제1의 지식사회 국가로 가기 위해 국가 전체가 전력을 쏟고 있다. 지금 중국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부의 대부분이 이공계 출신 정치인이다. 국가좌표도 ‘과교흥국(科敎興國·과학과 교육으로 나라를 발전시킨다)’ ‘과기흥무(科技興貿·과학과 기술로 무역을 일으킨다)’다. 중국은 국가 전체가 과학기술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지식재산권으로 대표되는 특허출원까지 세계 제1위로 올라섰다.



 한 나라의 발전을 위해 정치는 매우 중요하다. 정치는 한 나라의 미래 방향을 설정하고, 국가의 자원을 그쪽으로 동원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도 미래 지식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선 우수 인력과 돈이 과학기술과 지식산업 분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국내 23개 과학기술단체로 구성된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이 최근 ‘이공계 출신 국회의원이 많아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과학기술계에서 경륜을 쌓고 경영·정치·입법에 소견이 있는 전문가들이 정치에 뛰어들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소연 박사는 다르다. 이소연 박사는 중국의 양리웨이처럼 어린이·청소년들의 꿈을 키워주는 과학계의 영웅이어야 맞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다고 정치로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은 맞지 않다.



 어느 세계 석학은 중국에 가장 가까이 인접해 있는 한국이 초강국 중국과의 관계에서 가장 ‘덕’을 볼 수 있는 나라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가장 ‘비참’한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우리가 지식사회의 물길을 잡아 중국의 머리가 될 수 있다면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고 산업사회의 우물 속에 맴돌고만 있다면 중국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불행한 두뇌 식민지가 될 것이다.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되길 원한다면 이소연 박사는 양리웨이를 능가하는 우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신 경륜 있는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해 ‘지식강국’ ‘두뇌입국’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희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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