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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의 시시각각] 이런 공천신청 이해됩니까

중앙일보 2012.02.23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이상일
논설위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3대 변수가 있다. 민심, 선거구도, 공천이다. 선거 때 민심이 어떠냐에 따라 여야의 명암은 갈리게 된다. 좌우 진영의 단결 또는 분열 여부도 중요하다. 어느 쪽이 합치고, 갈라졌는가로 인해 선거구도상 유불리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여야가 어떤 후보들을 공천하느냐 하는 것도 우열을 가르는 요인이다. 어느 편이 공천을 잘했고, 못했는가에 따라 민심이 달라지고, 선거의 흐름도 바뀐다.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에서 친이명박계가 친박근혜계를 학살한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던가. 국민의 동정을 산 친박 탈락자들이 살아나지 않았던가. 정치권에서 선거의 3대 변수 중 공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건 그것이 민심을 흔들고, 선거구도에도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여야에선 공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신청자가 많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서류심사와 면접 등을 통해 예비후보들의 자격과 자질부터 따져보고 있다. 두 당이 옥석(玉石)을 잘 가려낼지 불투명하지만 신청자 중엔 염치없고, 낯 두꺼운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 강동을에 공천서류를 낸 새누리당 김충환 의원을 보자. 그의 현 지역구는 강동갑이다. 그런 그가 옆으로 간 건 선거법 때문이다. 2009년 1월 그의 부인 최모씨는 지역 주민 105명에게 설 선물로 멸치상자를 돌리다 적발돼 유죄판결(벌금 500만원)을 받았다. 그로 인해 김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강동갑엔 나갈 수 없게 됐다. 출마해서 이겨도 선거법상 당선무효로 처리되는 탓이다. 그래서 옆을 넘보는 건데 법의 정신을 짓밟는 꼼수가 아닐 수 없다.



 김 의원은 강동갑 출마를 위해 발버둥치다시피 했다. 지난해 4월엔 후보 배우자 등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 기준을 현행 ‘벌금 300만원 이상’에서 ‘700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가 “자기 지역구를 지키려고 법까지 바꾸려 하느냐”는 비난을 자초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배우자의 행위로 국회의원까지 처벌하는 건 연좌제”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재는 해당 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런 술수가 통하지 않자 강동을을 점찍었고, 그렇게 한 건 강동을의 새누리당 윤석용 의원도 흠투성이여서다.



 윤 의원은 지난해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대한장애인체육회가 가구업체로부터 후원 받은 옥매트 250개(8275만원 상당)를 빼돌려 지역구 복지단체나 동료 의원 등에게 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및 선거법 위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땐 불법투표 운동을 벌인 혐의(주민투표법 위반)로 최근 기소됐다. 그런 윤 의원이 공천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터여서 김 의원은 강동을로 간 것이다. 두 현역 의원이 다투는 걸 지켜보는 강동구민의 심정은 어떨까. “동네 망신시키려고 또 나왔느냐. 창피하다”는 것 아닐까.



 민주통합당 강성종(경기 의정부을) 의원은 2003~2010년 신흥학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공사비를 부풀려 차액을 돌려받는 등의 수법으로 교비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3년6월,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런 그가 의정부을에서 또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만큼 피선거권이 있다고 하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처신이 아닐 수 없다. 1, 2심 판결로 보아 대법원도 유죄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만일 4월 총선에서 강 의원이 당선된 다음 대법원 판결이 금고형 이상으로 나올 경우 그는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보궐선거가 실시되게 된다.



 말도 안 되는 공천 신청 사례는 이 밖에도 수두룩하다. 그러니 잡석을 솎아내는 게 인재를 영입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유권자의 상식으론 납득할 수 없는 사람을 여야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함부로 공천했다간 다른 여러 지역에서 철퇴를 맞을 수도 있다. 한두 곳을 건지려다 선거 자체를 망칠 수도 있는 것이다. 여야의 공천대결이 혜안(慧眼)의 대결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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