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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같은 학교 다닌 쌍둥이 형은 “운명” 동생은 “우연”

중앙일보 2012.02.21 00:22 종합 26면 지면보기
유치원과 초·중·고에 이어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졸업한 김동철(왼쪽)·성철 형제. 20일 한림대를 졸업한 이들은 함께 이 대학 대학원에 진학 예정이다. [강원도 제공]
20일 오후 한림대 2012학년도 학위수여식이 열린 일송아트홀. 얼굴을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닮은 일란성 쌍둥이 김성철(25)씨와 동철씨가 나란히 앉아 학위수여식을 지켜봤다. 유치원은 물론 같은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은 이날 같은 대학 금융정보통계학과를 함께 졸업했다. 이들은 또 대학 통계학과 대학원에 함께 진학할 예정이다.


김성철·동철씨 졸업하던 날

 이들이 함께 생활을 시작한 것은 1987년 12월 26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 읍이 고향인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쯤 성철씨가 태어나고 3분 후 동철씨가 태어났다. 8삭 동이로 태어난 이들은 31일간을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 했다. 이들의 인큐베이터는 나란히 붙어 있었다. 이후 이들은 제일유치원과 전곡초·전곡중·전곡고교를 함께 다녔다. 형제를 같은 학급에 편성하지 않는다는 학교 규정에 따라 같은 반은 아니었다.



 그랬던 이들은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입학했다. 둘은 처음부터 이렇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 이들은 대학만은 달리 진학할 생각으로 서로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진학할지 얘기하지도 않았다. 각자 학교를 선택한 후 수시모집 면접 하루 전에야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응시한 사실을 알게 됐단다. 같은 학과에 진학하게 된 사정은 다르다. 동생 동철씨는 수시에 합격했으나 형 성철씨는 불합격, 정시모집으로 금융정보통계학과에 다시 응시해 합격했다.



 군대도 대학 입학 상황과 비슷했다. 부모는 동반입대를 권유했지만 응하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입대신청을 했다. 그럼에도 둘은 같은 사단(8사단) 같은 중대에서 근무했다. 제대 후 이들은 통계학에 관심을 가졌고, 함께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다.



 이들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20여 년을 함께 지내면서 많은 에피소드도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동생에게 배달돼야 할 여학생 편지가 형에게 전달됐고, 고교 시절에는 동생이 잘못했는데 선생님의 착각으로 애꿎은 형이 벌을 받기도 했다.



 늘 함께 하면서도 이들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형 성철씨는 성격이 약간 강한 데 비해 동철씨는 꼼꼼하고 여성스러운 면이 있단다. 성철씨는 “동생이 까칠하다”고, 동철씨는 형이 “막 나간다”고 평했다. 이들과 함께 대학생활을 한 같은 학과 전세현(25)씨는 “성격이 약간 다르고 서로 친한 친구도 달라 입학 초기를 제외하고 서로를 혼동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어머니 이숙노(49)씨는 “아들들이 늘 함께 지내 부모도 안심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함께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게 될 성철·동철씨 둘 다 리서치회사 입사를 희망하고 있다. 왜 여기까지 함께 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운명인 것 같다고(형), 운명이 아니라고(동생) 얘기하는 이들도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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