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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군함 지중해 진출 … 두바이유 120달러 초읽기

중앙일보 2012.02.20 02:00 종합 3면 지면보기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왼쪽 둘째)이 15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핵 프로젝트 발표를 축하하기 위한 행사에 참석, 과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그는 “우라늄 농축 시설에 원심분리기 3000기를 추가해 이제는 9000기의 원심분리기가 작동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테헤란 로이터=뉴시스]


세계 원유 창구인 호르무즈 해협에 암운(暗雲)이 피어오르고 있다. 여차하면 폭풍(군사 충돌)이 불어닥칠 기세다. 18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은 “우리 군함 두 척(구축함과 군수지원함)이 시리아의 타르투스 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군함이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거쳐 지중해로 진출한 것은 1979년의 이슬람 혁명 이후 두 번째다. 타르투스 항에서 해안을 따라 200㎞가량 남하하면 이스라엘의 영해다.

세계 원유 길목 호르무즈 해협 긴장에 기름값 초강세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마크 피츠패트릭 국장은 “이스라엘이 4월께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 핵개발→미국·유럽연합(EU) 제재 추진이 이란 반발과 이스라엘 가세로 이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 충돌과 원유 수송로 봉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란 정부는 19일 영국과 프랑스에 대해 원유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4일 로스탐 카세미 석유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몇몇 적대적 유럽 국가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지 2주일 만이다.



그 바람에 국제 원유값이 초강세다. 국내 유가와 밀접한 중동 두바이산 원유 가격은 17일 117.45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전보다 1.22달러 올랐다. 지난해 5월 3일(117.9달러) 이후 최고치다.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 가격은 국제 현물시장 가격에 연동된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9일 국내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날보다 L당 0.4원 오른 1986.66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6일 이후 45일 연속 상승이다.





 실제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 충돌이 벌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로이터 통신은 에너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1차 걸프전(1990년) 이후 22년 만에 심각한 공급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최근 경고했다. 공급쇼크는 수요 증가와 헤지펀드들의 투기 등으로 발생한 가격급등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건이다. 71년과 79년 두 차례 석유파동 모두가 공급쇼크였다.



 미국·EU는 정교한 제재로 심각한 공급쇼크를 피하려고 한다. 공급 차질이 이란의 하루 수출량 정도에서 그치도록 할 요량이다. 지난해 이란의 하루 평균 수출량은 215만 배럴 정도였다. 그 정도면 사우디아라비아의 협조로 해결이 가능하다. 현재 사우디가 즉시 늘릴 수 있는 생산량은 하루 250만 배럴이다.



 그러나 이란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면 미국·EU의 전략은 물거품이 된다. 미국 외교협회(CFR)가 올 1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 등 최악의 경우 원유 공급량이 하루 1700만 배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말 기준 1700만 배럴은 세계 하루 공급량인 9000만 배럴의 18.8%다. 1, 2차 오일쇼크 때 공급 차질은 각각 하루 430만 배럴과 560만 배럴이었다. 이 정도 공급쇼크에 당시 세계 경제는 극심한 침체와 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



 CFR 보고서 작성자인 로버트 맥널리 래피디언그룹 대표는 “최악의 경우가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작다”며 “하지만 하루 1700만 배럴 정도 급감하면 국제 유가는 이틀 내에 평균 23달러 정도 치솟을 듯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공급 차질이 한달 정도 이어지면 유가는 평균 61달러 정도 뛸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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