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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끼리 평가, 그거 참 고약하네

중앙일보 2012.02.20 01:52 종합 6면 지면보기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7층의 A의원실에 민주통합당 20대 당직자 두 명이 찾아왔다. 그들 손엔 겉봉에 의원 이름과 고유번호가 적힌 밀봉된 봉투가 들려 있었다.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강철규)가 현역 의원 공천심사에 반영하기 위해 만든 ‘다면(多面)평가서’였다. 의원이 동료 의원을 평가하는 다면평가는 공천 때 30%가 반영된다.


민주당 공천 30% 반영 다면평가
쿼터 있어 무작정 후하게도 못해
의원들 “안 하고 싶지만 …” 곤혹

 당직자들이 준 A4용지 5쪽 분량의 평가서에는 ▶국회의원으로서 업무 수행 능력 ▶합리적 조정 능력과 대(對)국민 헌신성 ▶민주통합당의 정체성과 이념 구현 정신을 평가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질문마다 상임위·선수별로 전체 의원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고, 그 밑에는 ‘매우 우수, 우수, 양호, 보통’으로 된 평가항목이 적혀 있었다. A의원은 좋은 게 좋은 거란 생각에 의원 모두에게 가급적 후한 평가를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가령 14명인 당내 초선 의원 그룹엔 ‘매우 우수 3명, 우수 4명, 양호 4명, 보통 3명’으로 항목별 쿼터를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A의원이 작성을 마치자 당직자들이 이를 다시 봉투에 넣어 단단히 묶었다. 봉투에 ‘현역 의원 물갈이’의 뇌관을 담아놓은 셈이다.



 공천 때라 드러내놓고 말은 못한 채 의원들은 속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A의원은 “마음 같아선 안 하고 싶었지만 공천심사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눈치 볼 일이 없는 장세환 의원은 평가서 제출을 거부했다. 장 의원은 “국회의원도 자존심이 있는 것”이라며 “‘대국민 헌신성’ 같은 걸 ‘매우 우수, 우수, 양호, 보통’으로 나눌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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