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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목동 … 신임교사들에겐 그림의 떡

중앙일보 2012.02.20 01:21 종합 19면 지면보기
서울 송파구의 일반계 공립고 김모(35) 교사는 전체 40여 명의 교원 중 막내다. 최근 5년간 신임교사가 1명도 들어오지 않아서다. 김 교사는 “신임교사가 처음부터 강남권에 발령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며 “강남권에 들어오기 위한 기존 교사들의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고 말했다. 반면 은평구의 또 다른 고교는 30여 명의 교원 중 10명이 경력 10년 미만이다. 이 가운데 신임교사만 4명이다. 이 학교의 중견교사는 “교사들의 평균 연차가 낮다 보니 생활지도와 가르치는 경험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교원 100명당 평균 신규 교사
송파 0.4명 vs 은평 11.4명
선배 교사들 여건 좋은 곳 붙박이
열악 지역에 신규 발령 집중돼

 서울지역 일반계 공립고 교사들의 특정지역 선호 쏠림현상이 심각해 교사 배치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와 교육 환경이 우수한 강남권 학교를 좋아하고 강북지역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성균관대 양정호 교육학과 교수가 최근 5년간(2007~2011년) 추적한 서울 일반계 공립고의 교원 배치 현황을 본지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은평구와 송파구의 교원 100명당 신임교사 비율은 각각 11.4명과 0.4명으로 30배 가까이 차이 났다. 교육 여건이 좋은 강남구(0.9명), 서초구(0.7명) 등은 신임교사 비율이 100명당 1명에 못 미쳤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강북구(4.9명), 도봉구(3.1명) 등은 높았다. 지난 5년간 신임교사를 한 명도 받지 않은 고교는 5곳(서울시내 일반계 공립고 178곳)이었는데 이 중 3곳이 송파구, 서초구와 광진구에 1곳씩 있었다. 반면 신임교사 비율이 높은 상위 5개교 중 3곳이 은평구에, 강북구와 강서구에 1곳씩 있었다.



 이 같은 쏠림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경력 있는 교사들일수록 자녀의 입시 등을 고려해 교육 여건이 좋은 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들도 학원 등 교육 여건이 좋은 강남에 사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 지원율 등을 기준으로 ‘전보 선호학교’ 23곳을 선정했는데 17곳(74%)이 강남 3구에 있었다”고 말했다. 공립 교사는 5년에 한번씩 전보가 이뤄지는데 재직연수, 담임 여부 등을 학교 배정 시 반영하기 때문에 선호지역은 연차가 높은 교사들로만 채워진다.



 강남권 학교의 쏠림현상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강남구의 고교 교사는 “학생들의 학업수준이나 경제적 형편이 상향 평준화돼 있어 가르치기 쉽고 생활지도가 편하다”고 말했다. 강북의 한 고교 교장은 “경험이 풍부하고 유능한 교사들은 근무연수를 채우고 나면 편한 곳만 찾는다”며 “결국 빈자리는 신임교사가 채우게 돼 생활지도도 안 되고 수업의 질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비강남 지역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 경험 많고 유능한 교사들이 전체 지역에 골고루 배치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한길 기자



◆공립 교사 순환근무=공립 교사들은 한 학교에 5년 이상 근무하면 옮길 수 있다. 교사의 전공, 근무 여건, 계열별 특성, 통근거리 등을 감안해 교육청이 배정한다. 근무연수와 담임·보직교사 경력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경력이 많은 교사일수록 희망학교에 갈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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