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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사장님들 고용보험 가입 줄 선다는데 …

중앙일보 2012.02.20 01:16 종합 20면 지면보기
서울 송파구에서 부인과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용수(59)씨는 10여 년 전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대기업에 다닐 때 직장이 온실이었다면 개인사업은 전쟁터였다. 그동안 삼겹살집과 닭갈비집 등 여러 사업을 해봤지만 돈도 못 벌고 문을 닫았다. 박씨는 “요즘 시작한 치킨집도 워낙 경쟁이 심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고민하던 박씨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가입했다. 장사가 안 돼 1년 뒤 다시 가게 문을 닫게 되면 석 달간 다달이 한 달 수입의 절반(77만원)을 실업급여로 받을 수 있어서다. 월 3만4650원씩 보험료를 내는 조건이다. 박씨는 “그간 가게 문을 닫고 다른 사업을 구상할 때마다 수입이 끊겨 힘들었다”며 “자영업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가입했다”고 말했다.


“장사 접으면 실업급여라도 … ”
근로공단 자영업자 확대 시행에
가입자 한 달 만에 2000명 달해

 박씨와 같이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자영업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17일 현재 2753명이 가입 신청했다. 이 중 자격요건에 미달하거나 중복 신청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 1967명이 승인을 받았다. 지난달 22일 제도가 시행된 후 채 한 달이 못 돼 2000명 가까이 가입을 한 셈이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100여 명꼴이다. 공단 보험적용부의 백인엽 차장은 “시행 초기라 홍보가 덜 된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숫자”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의 고용보험 가입 러시에 대해 “은퇴한 베이비부머 등이 자영업에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장사가 힘들어진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숫자(지난해 말 기준 662만9000명)는 경제규모가 비슷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에 비해 229만 명이 많다. 연구소 김선빈 수석연구원은 “경쟁 격화가 사업 부진으로 이어지고 다시 신규 업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화 기자



◆자영업자 고용보험=직원 50인 미만의 자영업자가 가입할 수 있다. 소득(1등급 월 154만원~5등급 월 231만원)에 따라 보험료(보험료율 2.25%)를 내면 폐업 후 3~6개월간 실업급여를 준다. 최소 가입기간 1년, 적자 등의 이유로 부득이 하던 사업을 그만두는 경우에 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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