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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비디오 찍다 퇴장당한 30대 … 공연장에선 그냥 즐기세요

중앙일보 2012.02.20 00:53 종합 27면 지면보기
송지혜
문화부문 기자
그 남성은 공연 내내 어쩐지 불안했다.



 17일 오후 8시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홀에서 열린 미국 록밴드 에반에센스(EVANESCENCE)의 첫 내한 공연장. 기자의 바로 앞줄 대각선 자리에 앉은 30대 남성은 공연 내내 비디오 카메라로 에반에센스의 공연 장면을 찍어댔다.



 먼저 무대에 오른 게스트 부쉬(Bush)의 공연이 끝난 뒤 쉬는 시간에 “공연 장면을 촬영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공지가 나갔지만, 그 남성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덩치 큰 경호원이 수시로 관객석 앞을 오가며 촬영하는 사람이 없는지 지켜봤지만 이 또한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신경이 쓰인 기자가 살펴보니 그는 나름대로 들키지 않으려고 양손으로 비디오 카메라 본체를 가린 채 렌즈만 밖으로 나오게 해 촬영하고 있었다. 두 좌석을 통째로 샀는지 자리까지 옮겨가며 찍어댔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에반에센스의 여성 보컬 에이미 리가 조용한 피아노 반주에 맞춰 앙코르곡 ‘유어 스타(Your Star)’를 열창하며 공연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다. 관객석 앞에 멈춰 선 경호원이 그 남성 얼굴에 불빛을 쐈다. 이어 좁은 관객석을 비집고 그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모른 체 하며 버티다 결국 비디오 카메라를 들킨 뒤 퇴장 당했다. 이 해프닝에 그의 주변에 있던 관객들은 앙코르곡 감상을 망쳐버렸다.



 비디오카메라 화면에 잡힌 공연 장면은 앞 사람의 머리가 잔뜩 나와 판매용으론 부적합해 보였다. 혼자 간직하며 두고두고 보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티스트를 진정 사랑한다면 완벽한 공연이 되도록 지켜줘야 할 것이다. 불법으로 공연 장면을 담아가기보다 현장에서 눈과 마음으로 그 감동을 담아가야 한다. 유튜브에 관련 동영상이 널려있는 시대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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