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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감긴 공허한 눈빛 서른살 먼로 환생하다

중앙일보 2012.02.20 00:43 종합 31면 지면보기
마른 몸매의 미셸 윌리엄스가 메릴린 먼로 역을 맡았을 때 그가 과연 먼로의 글래머 체형을 소화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컸다. 하지만 그는 먼로의 몸을 연구하고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늘려 먼로와 비슷한 체구를 만들어냈다. [데이지 엔터테인먼트]
1956년 영화촬영을 위해 런던에 온 ‘섹시 심볼’ 메릴린 먼로(1926~1962)에게 영국 기자들이 짓궂은 질문을 던진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서 열연 미셸 윌리엄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향수만 뿌리고 자는 게 사실입니까?”



 먼로는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맞받아친다.



 “영국에 왔으니 라벤더 향만 뿌리고 자야겠네요.”



 기자들은 먼로의 재치 넘치는 답변에 폭소를 터뜨린다. 그리고 수만 볼트 위력을 가진 먼로의 윙크 한 방에 감전되고 만다.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29일 개봉)의 한 장면이다. 올해로 사망 50주년을 맞은 먼로가 환생한 듯했다. 그다지 유명하지 않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을 연기한 배우 미셸 윌리엄스(32) 덕분이다.



 윌리엄스는 이 영화로 지난달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코미디 뮤지컬 부문)을 따냈고, 26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까마득한 선배 메릴 스트리프(‘철의 여인’)와 여우주연상을 놓고 맞붙는다.



 이 영화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먼로의 ‘은밀했던’ 로맨스를 불러낸다. 56년 ‘왕자와 무희’를 찍기 위해 영국에 온 먼로는 자신을 섹시 아이콘으로만 보는 세간의 시선과 연기에 대한 고민 등으로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영화감독이자 주인공인 로런스 올리비에(1907~89)와의 갈등도 커져만 간다. 이 때 먼로는 자신을 인간으로서 받아들여준 23세 조감독 콜린 클라크(에디 레드메인)와 사랑에 빠지며, 일주일간의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영화는 나중에 다큐멘터리 감독이 된 클라크의 회고록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먼로를 지켜주고자 했던 순수한 청년의 시선에 따라 흘러가기 때문에 주인공은 먼로가 아닌, 클라크다. 하지만 윌리엄스의 열연 덕에 먼로의 존재감이 클라크를 압도한다.



 윌리엄스는 진짜 먼로처럼 걷고, 말하고, 숨쉰다. 고독과 슬럼프에 몸부림치며 벽에 몸을 기댈 때도 그는 배우 윌리엄스가 아닌 메릴린 먼로였다. 특히 고개를 살짝 젖히고, 반쯤 감긴 눈으로 쳐다볼 때는 먼로가 빙의된 듯했다. 스칼렛 요한슨·케이트 허드슨 등 쟁쟁한 스타를 제치고 자신을 선택한 사이먼 커티스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탈색과 염색을 번갈아 하며 금발을 유지했고, 글래머 몸매를 만들기 위해 체중을 늘리고 보정 속옷을 착용했다. 먼로 특유의 걸음걸이를 익히기 위해 무릎을 묶고 걷는 연습을 했고, 먼로가 영화 속에서 부르는 노래와 춤을 그대로 따라 했다.



 윌리엄스는 먼로처럼 요절한 배우 히스 레저(1979~2008)의 연인이었다. 그런 아픔 때문이었을까. 윌리엄스는 “사람들은 모두 메릴린 먼로라는 허상만 본다”며 괴로워했던 먼로의 깊은 불안을 표출해냈다. “메릴린 먼로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먼로를 시대의 아이콘이 아닌, 아이의 마음을 가진 여인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먼로의 짧은 36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을지 모를 그 일주일을 순수한 아이의 눈빛으로 재현해냈다.





◆메릴린 먼로= ‘이브의 모든 것’ 등 30여 편의 영화에 출연, 유명세를 누렸지만 결혼·이혼을 반복하는 등 사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62년 석연치 않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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